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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신질환자 범죄 방지대책 보완이 필요하다

송고시간2016-05-23 16:50

(서울=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참히 피살된 사건을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여성 혐오에 의한 증오범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경찰은 프로파일러 5명을 동원해 정밀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에 의한 조현병(정신분열증)이 범죄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피의자 김모(34) 씨는 2007년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자주 호소하며 이미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고 2008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6차례에 걸쳐 2년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검거 초기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에 무시당해 왔는데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범행 당시 피해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살해 동기가 없고 피해자 관계에서 직접적인 동기 유발 요인이 없어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 유형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당국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 범죄를 둘러싼 우리의 사회안전망 실태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묻지마 범죄가 2012년 이후 4년간 총 16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 해 평균 50여 건에 이른다. 당국이 분석한 묻지 마 범죄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36%가량으로 가장 높고 마약 및 알코올 남용, 현실 불만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74세 이하 인구 중 정신질환 1년 유병률이 전체의 10%가 훨씬 넘는다는 정부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이중 불안장애나 기분장애, 정신병적 장애의 1년 유병률은 10.2%, 알코올 장애는 4.4%에 이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23일 묻지마 범죄에 사전 대처하는 방안으로 범죄가 우려되는 정신질환자 발견 시 공공기관이 치료를 목적으로 격리 보호해 주는 '행정 입원' 조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민간 화장실을 공공기관 관리를 받는 개방형 화장실로 대거 교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국립 정신감정 병원을 제도적으로 확대 설치하고 정신질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전수 조사하는 방안도 나왔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정신질환자 격리 보호 조치나 전수 조사 방안이 현실적인 예방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피의자 김씨의 경우 올해 1월 마지막으로 입원 치료를 마친 뒤 약을 끊고 거리를 방황하다 정신질환 증세가 악화하면서 범행에 이른 경우다. 어떤 정신질환자가 범죄 우려가 있는 것인지, 정신질환 조사 대상을 선별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미흡해 보인다. 범죄 우려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일 경우 인권 침해 소지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보다 실효성 있고 투명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많은 정신질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선별하고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인력과 예산 운영 대책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엄연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를 유도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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