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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대인-아랍인 어울려 사는 이스라엘 장애아동 재활마을 '알레'

송고시간2016-05-22 19:48

종교·민족 갈등 극복한 화합의 '성지'(聖地)…전세계 기부도 이어져

(예루살렘=연합뉴스) 김선형 특파원 =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있는 장애 아동 재활 마을 알레(Aleh).

인구 약 800명의 조그만 오아시스 마을이 유대인과 아랍인 간 종교·민족 갈등을 극복한 화합의 '성지'(聖地)로 주목받고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이 아이들의 장애를 극복하는 데 서로 도우며 민족 간 갈등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의 마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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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오전 기자가 찾은 알레 마을 중환자실 병동에서의 풍경은 이런 마을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유대인 여성 간호사 샤론 어하연 씨가 생후 6개월 된 아랍계 여아를 다독이고 있었다. 유전적 질환으로 1년 시한부 생명 판정을 받은 아이였다.

간호사는 산소통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여아를 보며 "이곳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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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로 '잎사귀'를 뜻하는 알레 마을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먼 나라 이야기다.

전체 직원 270명·상주 봉사자 350명 중에는 유대교도, 이슬람교도, 기독교도가 섞여 있다.

아랍계 간호사 아빌(23·여) 씨는 "직원 중 간호사 7명이 이슬람교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대계 부모들이 아랍인인 나를 믿고 장애인 자녀를 맡긴다"며 "아랍과 유대인이 벽을 넘어 인류애를 만드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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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출신인 사미 아브라함(66)은 3년 전 교통사고로 10개월간 마을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뒤 카페 봉사자가 됐다.

그는 "여기 오기 전까지 제대로 걷지 못했다"며 "인종을 떠나 정성스럽게 치료받은 덕분"이라고 감격해 했다.

봉사자 중에는 사기, 횡령 등의 범죄로 복역하면서 교도소 밖에서 근로 봉사를 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승마장에서 만난 한 재소자는 장애 아동이 조랑말을 타는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그의 뒤를 계속 쫓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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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어린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아랍인-유대인, 장애인-정상인 구분 없이 같은 반에서 교육을 받는다.

한 유대인 장애 소녀는 공예품을 만들며 옆자리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사랑해"를 반복해 외쳐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랍 어린이 라흐마(7)양은 올해 다섯 남매가 있는 유대인 가정에 입양되기도 했다.

2005년에 설립된 마을은 이스라엘 복지부 원조와 일반인 기부로 운영된다.

중증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는 전액 무상이다. 입소 아동은 복지부가 장애 정도를 판별한 뒤 선정한다.

부지 면적 10만1천㎡ 규모로 장애 아동 140명을 위한 기본 의료 시설과 수영장, 승마장 같은 재활 시설도 갖췄다.

건물 벽면과 내부 책장, 장식대 등에는 전 세계 부모들이 '마음을 담아 기부한다'는 기념 팻말이 달렸다.

기부금은 이스라엘 자선단체나 유대인이 많은 미국, 캐나다, 폴란드 등지에서 주로 받는다. 일본에서도 기부가 들어오곤 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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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이 입소문을 타면서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는 이스라엘인도 하루 평균 150명 정도에 달한다. 장애 어린이 외에 교통사고와
화재 등으로 각종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알레 마을은 지난 12일 대표 도론 알모그(65) 전 육군 소장이 국민 최고상인 이스라엘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알모그 대표는 "아직 멀었다. 먼저 떠난 아들이 장애 아동들을 계속 도우라고 재촉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아들 에런이 림프 질환인 캐슬만 병을 앓다가 2007년 23세로 세상을 떠난 아픔이 있다.

에런은 몸이 뒤틀려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런 몸으로도 알모그 대표와 함께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해
이스라엘 사회에 귀감이 됐다.

알모그 대표는 "장애 아동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고 부모들도 자식을 골방에 숨기지 말고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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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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