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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멍때리기 챔피언'…학생·직장인·외국인 등 70명 출전

송고시간2016-05-22 17:02

이촌한강공원서 이색대회…"스트레스 날리고, 재미있어 참석"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자전거 행렬이 분주히 오가고 아이들이 까르르 대며 뛰노는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에 남녀노소 70명이 넋을 놓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들은 모두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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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신사까지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으로 세대·직업 대표를 자청한 이들은 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참가 자격을 얻었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22일 오후 열린 이 행사는 가치없는 멍 때리기에 목적을 둔다.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최대한 오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한다.

대회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석자들이 멍 때리기에 동참했다. 참석 이유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많았다.

자신을 '28세 여성 회사원'으로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한 참가자는 '결재서류'라고 적힌 검은색 결재판을 들고 나와 "결재받는 순간과 상사가 뭐라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회사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혼나는데, 여기선 상을 준다고 해서 나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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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기내과 연구원인 대학원생 정다운(24·여)씨는 "요즘 실험이 많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아 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서 "혼자 작정하고 일부러 멍 때리기를 하는 건 우습지만, 대회 소식을 듣고 이거구나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대회에 나왔다는 초등학교 2학년 김지혜(8)양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돌며 공부하는데, 계속 쓰는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좋다"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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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대전에서 KTX를 타고 상경했다는 미국인 캐이시 카들릭(26)씨는 미키마우스 잠옷을 입고 앉아 "평소에도 몽상을 즐긴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즐기고, 오늘 하루 릴렉스하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인 고등학교 2학년 강규림(16)·김도연(16)양은 "평소에도 멍 때리는 거라면 자신있다"며 "오늘 우승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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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기 수련자가 진행한 '멍 때리기(氣') 체조'를 시작으로 1시간30분 동안 경쟁을 벌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졸거나 자면 탈락한다. 웃거나 노래를 불러서도, 잡담을 나눠도 실격이다.

주최 측은 이날 땡볕이 쏟아지자 행사장에 얼음물 등을 비치하고, 참가자들에게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전사고에 신경을 썼다.

참가자들은 빨강·파랑·노랑·검정 등 색깔 카드를 들어 대회 동안 마사지 서비스, 음료서비스, 부채질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행사를 주최한 '웁쓰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을 빼면 뇌를 혹사하고 있다"며 "뇌를 쉬게 하고, 멍 때리기로 상징되는 행위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대회 형식을 빌려 시민참여형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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