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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北, 비핵화 선언으로 대화 진정성 보여라

송고시간2016-05-22 16:42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초순 제7차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 필요성을 언급한 뒤 잇따라 우리 측에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20일 공개서한에서 김 위원장의 남북군사회담 제안에 화답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21일에는 인민무력부 명의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군사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는 통지문을 보냈다. 북한은 노동당 대회 전까지만 해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 등 연일 도발을 계속하다 당 대회가 끝난 후 돌연 평화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 측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핵보유국임을 천명한 만큼 이를 기정사실화한 토대 위에서 대화하자는 의미로 보이지만,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요구와 배치된다. 북한 인민무력부는 군사 당국회담을 제의하면서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바라고 있는가를 엄격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해야 할 말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위해서 선결돼야 할 것은 바로 북한의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로만 대화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핵 포기를 먼저 거론한 뒤 대화를 제의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대화 공세를 펼치는 것은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스위스까지 동참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무역과 금융거래의 어려움은 물론, 해외 인력 송출이나 식당 운영, 밀수 등을 통한 외화벌이도 과거와 다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대화로 남북의 대결 분위기를 완화하려고 노력하는데 남측이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줌으로써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책동으로도 해석된다.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김정은 위원장의 불안과 조바심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의 대북 정책은 강경론이 지배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대화 제안에 대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일축했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북한의 평화공세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먹힐 수 있는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선(先)비핵화'를 내세우는 우리나라나 미국ㆍ일본 등 서방과 달리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중국)'이나 '정치외교적 해결 분위기 조성(러시아)' 등의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긴밀한 외교를 통해 대북 제재의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움직임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북 정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는 선거유세나 방송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어떤 대북관을 갖고 있는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의 외교안보 브레인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대북 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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