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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야기> "히잡벗고 에어로빅"…금남의 여성공원

송고시간2016-05-22 14:35

여성 복장 규제 엄격한 이란의 여성 전용 공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에어프랑스가 파리-테헤란 직항 노선을 8년 만에 다시 취항하기 직전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여객기가 테헤란에 도착하면 이란의 관습에 따라 여승무원은 히잡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회사의 지침에 에어프랑스 노동조합이 인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에어프랑스는 히잡 착용을 원하지 않는 여성 승무원이나 조종사는 테헤란 비행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중재안을 제시, 논란을 겨우 봉합했다.

히잡으로 상징되는 이란의 여성에 대한 복장 규제는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이란 여성은 앞머리를 충분히 내놓는 '개방적 히잡'의 일종인 루싸리를 대부분 쓰지만, 기본적으로 외출할 때 손과 얼굴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체는 노출해선 안 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이란의 여성은 남성과 달리 반소매를 입으면 안 되고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도 물론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가리기 위해 무릎까지 내려오는 코트 식 겉옷을 걸치는 게 '이란 스타일'이다.

관공서나 여학교에선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려야 해 루싸리도 유의해야 한다.

히잡에 대한 이란 현지 여성의 생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이를 여성의 인권과 연결지어 반대하는 진보적 운동가부터 외간 남자에게 노출해선 안된다는 보수적 의견까지 널리 분포됐다.

그러나 아무래도 특히 젊은층 여성들에게서 히잡과 '긴 옷'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기색이 자주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여성의 복장까지 규제할 만큼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짜인 이란에서도 이런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식적인 '비밀의 공간'이 있다.

테헤란 남서부 '부스타네 베헤슈테 머더런'이라는 공원이다.

이를 그대로 해석해보면 '여성을 위한 특별한 정원'이라는 뜻으로 글자 그대로 여성만 입장할 수 있는 장소다.

금요일엔 가족을 동반한 남성도 들어갈 수 있지만 나머지 요일엔 '금남'이다.

겉보기엔 일반 공원과 다를 바 없지만 공원 경계는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약 3m 높이의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성의 입장이 허용된 금요일인 20일 들어가 보니 테헤란의 다른 공원보다 나무가 울창했고 곳곳에 간단한 바비큐 시설을 갖춘 정자 형태의 휴식 공간과 매점이 마련돼 있었다.

여성만을 위한 공간인 만큼 공원 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경고문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 공원은 오전 6시부터 무료로 문을 여는 데 아침 운동을 하려는 여성들로 붐빈다고 한다.

21일 오전 이 공원에서 나오던 한 여성은 "공원 안에선 히잡을 쓰지 않고 종종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운동한다"며 "아침엔 에어로빅 시간도 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한여름엔 민소매 옷을 입고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며 "남성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이곳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면서 청춘을 만끽하기도 한다고 한다.

남녀 유별을 알리는 장벽 바깥쪽 공원엔 '여기에서는 히잡을 써야 한다'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 공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남성은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이다.

이 경비원은 "아무래도 젊은 여성이 주로 온다"며 "소풍 오는 여학교 학생들, 음식을 싸서 친구들과 함께 오는 주부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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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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