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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병원·자기식당…지방의회 업무추진비 '흥청망청'

송고시간2016-05-25 10:15

전국 지방의회 연 405억원 집행…사용내역 감사는 거의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봉회 충북도의회 부의장은 업무추진비로 간담회를 할 때 주로 증평군의 한 식당을 이용했다. 2014년과 지난해 모두 19차례 이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어 455만원을 지출했다.

문제는 이 식당 주인이 김 부의장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부의장 업무추진비가 일가족 식당 매상을 올리는데 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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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장은 2014년에 61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는데 절반인 30차례를 자신의 지역구인 충주에서 했다. 지난해에도 충주에서 20차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물론 간담회 비용은 모두 의장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도의회를 대표해 의정활동에 반영할 각계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의장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으나 자신의 지역구 다지기에 몰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들 사례는 주민 '혈세'인 지방의회 업무추진비가 지방의원들의 잇속을 챙기는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에게 1인당 월 130만∼530만원이 지급된다.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는 4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비가 적절하게 집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감사의 손길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지방의원들은 업무추진비를 마치 자신의 '용돈'처럼 생각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지방의회 행동강령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려 231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이는 전국 250여 곳의 지방의회 가운데 광역의회 4곳과 기초의회 2곳 등 고작 6곳만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체 지방의회를 조사하면 수천 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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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에 적발된 위반 사례는 대부분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이다. 업무추진비를 주점에서 사용하거나 의원들끼리 명절 선물을 돌리며 나눠먹기를 한 사례도 있다.

A 광역의회의 의장과 부의장 등 9명은 주점과 공휴일, 심야시간에 95차례에 걸쳐 1천439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B 도의회 의원들은 업무추진비로 546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용 한우 세트를 구입해 나눠가졌다.

현업 부서 근무자에게 지급해야 할 현금성 격려금을 의원을 보좌하는 사무처 직원에게 지급하고, 자신의 음식점에서 수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이보다 한 해 전인 2014년 국민권익위의 17개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이행 실태 점검에서도 지방의원들의 심각한 도덕 불감증이 드러났다.

모 구의회 의원 12명은 372차례에 걸쳐 개인차량에 2천613만원 상당의 유류를 주입했고, 한 도의회 의장은 공휴일이나 심야에 집 근처 노래방과 주점에서 61차례에 걸쳐 383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비 결제, 영화관 팝콘 구매, 대학 교재 구매 등 극히 사적인 영역의 소액까지 업무추진비를 쓴 사례도 적발됐다.

업무추진비로 지역구 주민을 접대하는 선거법 위반사례도 적지 않았다.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여론수렴에 쓰도록 한 당초 취지와 달리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 쓴 것이다.

대전 동구선관위는 총선을 앞둔 지난달 3월 업무추진비로 식당에서 세 차례에 걸쳐 전·현직 통·반장 등 주민 30여명에게 34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모 구의원을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

경남 남해군의회 김두일 부의장은 지역구 주민 식사모임에 참석해 45만원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사용했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다시 식당을 찾아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취소하고 의회 업무용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나 선관위로부터 기부행위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아 경고 처분됐다.

박광동 남해군의회 의장은 2014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지출한 1천154만원 중 464만원을 동생 식당에서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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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예산이 지방의원 용돈처럼 제멋대로 사용되지만, 지자체 감사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17개 시·도 중 8곳이 지방의회 사무처를 감사하지만,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친다. 가벼운 행정절차를 위반한 직원만 적발해 처분할 뿐 정작 지방의원들의 비위는 애써 외면한다. 그나마 나머지 9곳은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감사했다가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지방의회와 자칫 갈등이 빚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여기는 자치단체들이 사실상 지방의회 감사를 포기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문제는 지자체 감사에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드러난다.

부인의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집중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한 충북도의회 의장단 문제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밝혀낸 결과물이다.

지방의회 감사 관련 법규를 강화해 업무추진비 사용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기관 중 제대로 감사를 받지 않는 곳은 지방의회가 유일할 것"이라며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지방의회가 더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감사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종구 김상현 김용태 변지철 배연호 손상원 변우열 최찬흥 한종구 홍인철 황봉규 기자)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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