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체·전환복무 왜 없애나…"병력급감 대비 사전포석"
송고시간2016-05-17 16:37
2020년대부터 '인구절벽'…"2023년부터 연간 2만∼3만명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방부가 의무경찰과 산업기능요원을 포함한 대체·전환복무요원을 모두 없애기로 한 것은 2020년대 초반이면 '인구 절벽'에 부딪혀 병력 자원이 급감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체·전환복무 제도 폐지론은 200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국방부는 병력 자원 급감이 현실화된 만큼, 대체·전환복무 폐지를 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국내 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2020년대부터 병력 자원의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현재 35만명 수준인 20세 남성이 2020년 무렵에는 25만명으로 급감하고 2030년에는 2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군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63만명 수준인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명으로 줄일 계획이지만, 병력 자원의 감소 속도가 더 빨라 병력 부족 현상이 생긴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2023년부터 병력 부족 규모가 연간 2만∼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한 병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대체복무·전환복무요원을 현역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징병 신체검사 등위 기준으로 현역 자원인 대체·전환복무요원 선발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2만8천명에 달한다. 2020년대 이후 병력 부족 규모와 거의 일치하는 규모다.
과거에도 인구 감소 추세로 병력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거론될 때마다 대체·전환복무 제도 폐지론이 나왔지만, 과학기술계를 포함한 외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에는 대체·전환복무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병력 자원 급감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대체·전환복무 폐지를 미뤘던 데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른 병력 감축 목표연도를 늦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2020년까지 병력을 52만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것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병력 감축 목표연도가 2022년으로 늦춰졌다. 이 때문에 병력 자원 급감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처럼 절실하지는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에 '잉여 자원'이 있어 병역특례를 인정해줬지만 2020년대에 도래할 병력 자원 급감 현상을 고려하면 더 이상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작년만 해도 입영적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심했던 국방부가 지금은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군에 입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논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입영적체 문제는 1990년대 초반 출생아 수가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현역병 추가 입영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으로 이미 해소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병력 자원 감소 현상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대체·전환복무 제도 폐지 외에는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체·전환복무요원 선발 규모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 2023년에는 단 한 명도 뽑지 않을 계획이다. 대체·전환복무요원의 연간 선발 규모는 5만6천명이며 이 가운데 현역 자원은 2만8천명에 달한다.
국방부는 대체·전환복무 제도 폐지를 위해 유관 부처와 협의에 착수했지만,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전환복무요원을 채용해온 기관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무경찰의 경우 연간 선발 규모가 1만4천800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없어질 경우 경찰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대체·전환복무 제도 폐지론이 불거졌을 때 의무경찰을 모두 없애면 이들 10명당 3명꼴로 민간공무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관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체·전환복무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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