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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맞고 빼앗기고 강제노역도…인권 짓밟힌 장애인들

송고시간2016-05-18 09:01

지자체들 장애인시설에 돈만 대고 인권감시는 '겉핥기'

"장애인 참여 감시조직 꾸리면 예방 효과 탁월"


지자체들 장애인시설에 돈만 대고 인권감시는 '겉핥기'
"장애인 참여 감시조직 꾸리면 예방 효과 탁월"

(전국종합=연합뉴스)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가니', '염전노예'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애인 인권 보호 대책이 쏟아졌지만,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전북 남원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을 보면 장애인 인권이 어떻게 짓밟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설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 23명을 무려 5년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지자체들은 장애인 인권지킴이단을 꾸리는 등 처방을 내놓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전문성이 부족한 탓에 수박 겉핥기식 감시가 이뤄진 탓이다.

따라서 장애인 사정을 잘 아는 단체나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조직을 가동하면 인권 유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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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습 폭행, 복지기금 횡령 등 만연

전북 남원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그 잔혹성과 무자비함에 혀를 내둘렀다.

경찰이 압수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을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들은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가 하면, 이종격투기에서나 볼 법한 자세로 발목을 심하게 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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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표현이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한 피해자들은 겁에 질려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상당수 장애인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학대는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애인 복지에 활용해야 할 돈을 착복하거나 유용하는 사례도 적잖다.

충북 제천의 한 복지법인은 장애인에게 할당된 수억원을 유용했다가 지난해 12월 적발됐다. 이런 비리는 장기간 은폐됐다가 특별지도 점검에서 꼬리가 잡혔다.

이 법인과 7개 산하단체는 시설 이용자 17명의 통장에서 2억6천만원을 몰래 빼내 시설 매입비나 퇴소 반환금으로 썼다.

이용자 입소 이용료를 개인 계좌에 관리하고 여름캠프 사업비를 부당하게 운영하기도 했다. 비지정 후원금은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일부에서는 장애인용 생활관을 시설 종사자나 공사장 근로자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올해 3월 대구의 중증장애인 재활시설에서는 장애인들에게 파지 및 재활용품 수거, 양계장 작업 등을 강요한 사실이 들통났다.

심지어 장애인 국외여행 당시 시설 종사자 22명의 경비 1천724만원을 장애인 돈으로 충당했다.

◇ '사후약방문' 그만…"예방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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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중증장애인 폭행은 전방위로 자행됐다. 시설 거주 장애인 29명 중 23명이 피해자로 밝혀졌다.

범행은 2011년 9월부터 약 5년 동안 장기간 이뤄졌다.

남원시는 2007년부터 매년 보조금 2억원을 시설에 지급하고서 연간 두 차례 감사했지만, 범행은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감사 내용은 보조금 회계와 위생관리 위주였다. 개인위생, 시설만족도,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는 심층 면담도 했지만 무기력했다. 중증장애인을 상담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탓이었다.

남원시는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올해 3월 부랴부랴 행정조치 등에 나섰다.

대구 중증장애인 재활시설 역시 시로부터 매년 운영비 35억원 가량을 지원받았다.

대구시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뒤에서야 특별감사를 했다.

이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군별 복지시설 점검을 수시로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증진 조례'를 고쳐 인권침해 예방 및 권리 구제를 위한 법적 장치도 보완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장애인인권센터와 피해자 쉼터를 설치해 장애인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구제 지원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자체보다는 장애인 중심의 감시단이 인권 유린 예방에 훨씬 유용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남에서는 유사한 예방책을 시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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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2014년 신안의 한 장애인시설 원장이 장애인 12명을 상습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뒤 장애인 인권단체에 위탁해 장애인시설 33곳 감시를 강화했다.

공무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 인권지킴이단을 꾸려 분기마다 장애인시설 프로그램 등 운영현황을 논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안 장애인 거주시설 폭행사건 이후 긴급 처방을 내놓은 덕에 인권유린 등 불미스러운 일이 더는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승권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지자체 인권지킴이단이 매년 실태조사를 하지만, 인권침해가 반복된다"며 "장애인과 공감하고 사정을 잘 아는 단체나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조직을 구성하면 유사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종민 공병설 전승현 최수호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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