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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경찰서 불려가도 좋으니 바르게만 자라다오"

송고시간2016-05-15 14:24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관심 교육' 실천하는 명주골학교 박병훈 교장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고생했다. 어서 오렴."

지난 13일 대안위탁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바른교육연구회 '명주골학교' 박병훈 교장은 새 식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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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의 학 고등학교에 다니던 A(19)양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곳을 찾았다.

박 교장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며 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해 결석이 잦았던 A양을 반갑게 맞았다.

일선 학교에서 성적경쟁에 밀리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만날 때면 박 교장은 늘 먼저 격려와 위로, 칭찬을 건넨다.

박 교장을 포함해 10여 명의 퇴직교사가 있는 명주골학교는 주로 학교 적응이 어렵거나 학교폭력 등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아이들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박 교장은 새벽까지 먹고 놀다 돈이 떨어져 잘 데가 없다는 학생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학생과 함께 찜질방에서 날을 밝히고 귀가하는 경우도 잦다.

학생이 사고를 쳐 파출소에 있다는 경찰관의 전화를 받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만난 박 교장은 "그런 전화를 받고 새벽에도 달려나가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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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골학교의 시간표는 여느 학교의 것과 다르다.

국어, 과학, 수학 등 과목 이름 앞에 '생활'을 넣는다. 지난밤에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털어놓는 시간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에게 밤사이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묻는다.

부모님에게 털어놓지 못할 지난 밤사이 행적을 아이들은 박 교장에게 서스럼없이 늘어놓는다.

매를 부를 법한 답변이라도 박 교장은 넓은 마음으로 들어주고 그 이유를 묻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 이야기를 천천히 다 들어주고 자제해주기를 당부한다. 이를테면 담배 한 갑 필 거 반 갑으로 줄이라는 식이다"라며 "빗나가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와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꾸중만 하면 마음을 닫고 얘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78년부터 교편을 잡은 박 교장도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관심으로 대했던 것은 아니다.

체육교사였던 박 교장은 때로는 엇나가는 아이들을 바로 잡으려고 뺨도 때리고 사랑의 매도 들어봤다.

하지만 박 교장은 손을 대면 댈수록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방법이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

관심 교육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한 박 교장은 2009년부터 명주골학교와 같은 성격인 꿈누리 교실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2010년엔 문턱이 닳도록 전북교육청에 드나들어 첫 공립 대안학교인 전북동화중학교를 세우는 데 일조했고, 이 학교 초대 교장을 지냈다.

올해 2월 교사로 정년퇴임을 하고 명주골학교를 맡은 박 교장은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협조를 주문했다.

박 교장은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신뢰를 주며 기다려야 한다"며 "삐뚤어진다고 내칠 것이 아니라 끝없이 믿고 응원해줘야 아이들이 변한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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