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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뺏긴 우크라이나, 노래로 '앙숙' 러시아에 복수

송고시간2016-05-15 12:14

옛 소련 만행 다룬 노래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서 우승

크림반도 소수민족 가수 자작곡…우승후보 꼽혔던 러시아 대표는 3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크림반도를 빼앗기고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노래로 복수에 성공했다.

14일(현지시간) AFP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결선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로 출전한 성악가 출신 재즈가수 자말라(32)가 자작곡 '1944년'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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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단 평가와 시청자 점수를 절반씩 반영한 최종 심사결과 자밀라는 심사위원단 점수에서는 경쟁자들에 뒤졌으나 시청자 투표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역전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의 '반전 드라마'는 크림반도 소수민족 출신 가수가 옛 소련의 소수민족 탄압을 주제로 한 노래로 적대관계인 러시아 대표를 눌렀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이었다.

우승곡 '1944년'은 타타르족인 자말라의 증조모가 옛 소련 스탈린 정권 시절에 당한 수난을 다루고 있다.

스탈린은 당시 크림반도에 거주하던 소수민족 타타르족에 '나치 부역자'라는 죄를 덮어씌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자말라의 증조부가 소련군 소속으로 나치와 맞서 싸웠음에도 그의 4남 1녀는 추방당했고 딸은 고문 후유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해 5월 쫓겨난 타타르족 24만 명 가운데 절반은 추방지에서 사망했으며 살아남은 이들도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에야 고향인 크림반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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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들이 왔다. 우리 가족 모두를 죽였다"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특히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사건과 맞물려 논란을 일으켰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정치성을 띤 노래를 규제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크림반도 지역 정치 지도자들은 '1944년'의 내용이 정치적이어서 출전자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주최 측은 '문제가 없다'며 허락했다.

자밀라의 '1944년'은 이런 우여곡절과 논란, 막판 역전극을 거쳐 우승을 거머쥐었다.

러시아 대표로 아역스타 출신 배우 겸 가수인 세르게이 라자레프는 동유럽에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3위로 밀렸다. 2위는 한국계 호주 가수 임다미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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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인 러시아 대표를 꺾은 자국 가수의 우승에 우크라이나는 일제히 환호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승자 발표 직후 트위터에 "믿을 수 없는 무대와 승리였다. 우크라이나 전체가 자말라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사를 보낸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4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내년 대회는 전 대회 우승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치러지게 된다.

자말라는 "노래로 진실을 전하면 사람들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아직 크림반도에 사는 부모와 친척들을 지난 2년간 만나지 못했다면서 "그곳이 우리 고향이다. (우리 타타르인들은) 거기로 돌아왔고 아무도 우리를 쫓아낼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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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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