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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안팎 이스라엘> ①예수 발자취 따라…전국이 '원조' 성지

송고시간2016-05-15 11:00

예수 안 믿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민족의 순례객 모시기

<※편집자주 = 인구 840만명의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강원도 크기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연간 300만명이 찾는 관광 강소국입니다. 연합뉴스 예루살렘 특파원이 전통적인 성지 순례 관광 상품 뿐만 아니라 레저 상품까지 개발하고 있는 이스라엘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두 꼭지로 나눠 소개합니다.>

(예루살렘=연합뉴스) 김선형 특파원 = "성경에 따르면 아마도 여기쯤이라고 합니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에서 유대인 여성 가이드는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를 걸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가 "비아 돌로로사는 라틴어로 고난·수난의 길을 뜻한다"고 설명하는 동안 관광객들은 흐느끼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가이드 학교에서 배운 대로 관광객들에게 설명할 뿐"이라며 유대교도인 자신은 "예수나 기독교에 관한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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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체 인구 840만 명 가운데 기독교 인구는 16만1천 명(약 2%)뿐이다.

이스라엘인 대다수는 유대교(75%)나 이슬람교(20%)로 기독교도와 달리 예수를 신의 아들이 아닌 훌륭한 인물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이스라엘 관광산업은 예수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전국 관광지는 예수가 기적을 행하고 열두 제자를 이끈 발자취로 이뤄져 있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서도 예수를 사실상 국가 홍보모델로 내세운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이스라엘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이 기독교도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외국인 3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러시아, 미국, 독일 등지에서 온 기독교도였다.

연 2만2천 명대인 한국인 관광객 대부분도 기독교 신자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교회에서는 1세켈(약 300원)에 판매되는 한국어 안내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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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베드로 등 제자 4명에게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외쳤다고 알려진 북부 갈릴리 호수.

밤이 되자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이 소형 여객선에서 트로트 음악을 틀고 시끌벅적 춤을 췄지만, 호숫가 유대 상인들은 개의치 않아 했다.

일대 식당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를 만나기 전 갈릴리 호수에서 잡았다는 '베드로 물고기'(Peter Fish)를 기름에 튀겨 팔았다.

실제로 베드로가 잡던 물고기냐고 아랍계 종업원에게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가 누구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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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념품 가게가 초와 십자가, 성경을 기본으로 판매하는 가운데 예수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지역에서는 그와 관련된 물품들을 팔았다.

예수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점으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 교회 기념품 가게는 떡과 물고기 모양 십자가를 내걸었다.

성모 마리아의 임신을 기리는 나사렛 수태고지 성당에서는 기념품으로 어머니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조각상들을 진열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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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도 주 여행객인 기독교도의 취향에 맞춰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요르단 강 서안 도시 예리코에는 예수가 40일간 금식하며 악마의 유혹에 시달렸다는 '시험산'에 오르는 길이 1천330m의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정작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면 개발되지 않은 팔레스타인 특유의 전경과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사해를 볼 수 있다.

산 위 식당에서는 요란한 아랍 가요들을 틀어놓고 전통 음식, 유리 공예품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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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지역 공휴일인 금요일에 예수의 고향인 베들레헴을 찾으면 성당에서 아랍-기독교들의 미사를 접할 수 있다.

성당을 찾은 여성 신자들은 이슬람 전통 스카프인 히잡을 머리에 두르고 아랍어로 찬송가를 불렀다.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전용 구역(Area A)으로 이스라엘인 출입을 금지한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2014년 7월 가자 전쟁 이후 이곳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별다른 산업이 없는 팔레스타인 서민들의 주 수입은 기독교도인 외국인 관광객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러한 사정에 팔레스타인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욱 정성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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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지붕 공사 중인 예수 탄생교회에서는 '짧은 차림 입장 불가'라는 안내문을 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려고 하자 안내원들이 서둘러 무릎 덮개를 제공했다.

예수 탄생 장소인 제단 뒤 작은 동굴 방 앞에서는 긴 초와 아기 예수 모양 기념품들을 사제들이 팔고 있었다.

인근 한 카페 종업원은 "택시 요금은 절대 25세켈(약 7천 700원) 이상 내지 말라"며 바가지요금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택시기사들은 관광객들에게 먼저 종교나 국적을 물어보기도 한다.

택시기사 이야드 알지르(31)씨는 "출신 나라마다 원하는 관광지가 다 다르다"며 "맞춤형 관광 제공을 위해 승객의 출신을 묻는다"고 말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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