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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국 여성 살해범 자수…좁혀진 수사망에 압박감

송고시간2016-05-15 06:01

현금인출기에 찍힌 용의자 사진 확보한 경찰에 "내가 범행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에 체류하는 중국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S(33)씨는 14일 경찰에 자수한 뒤 울먹였다.

피해 여성인 A(23)씨가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산간 야초지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 31일 만에 경찰이 안간힘을 다해 쫓던 용의자가 제 발로 걸어온 것이다.

S씨는 이날 형사에 전화를 걸어 "범행을 인정한다. 자수하겠다"고 말한 뒤 거주지와 가까운 제주시 삼양파출소로 가 자수했다.

그는 피해 여성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연말께부터 4개월여간 꼭꼭 숨어 왔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자수를 한 계기는 죄를 뉘우쳤기보다는 수사망이 좁혀 온다는 것을 알고 심한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제주 중국 여성 살해범 자수…좁혀진 수사망에 압박감 - 2

◇ 결정적 증거…'사진 속 그 남자'

경찰은 지난달 말 A씨의 유족과 전화 조사를 하며 기존에 알지 못했던 A씨의 새로운 금융 계좌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를 통해 A씨의 계좌에서 현금을 찾는 용의자의 사진을 확보하게 됐다. 인출기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이 남자는 A씨의 직불카드로 두 번에 나눠 200만원을 찾아갔다. 인출 시점이 A씨가 연락이 끊긴 지난해 연말이어서 중요한 단서가 됐다.

흰색 모자를 눌러 쓰고 어두운 계열의 점퍼를 입은 이 남자를 얼굴을 목도리 등으로 가린데다 화질도 좋지 않아 모습을 선명히 알아볼 수는 없었다.

경찰은 중국인이 자주 다니는 업소를 중심으로 희미한 사진 속 그 남자를 찾아다녔다.

◇ 형사에 걸려온 전화 "자수하겠다"

경찰은 제보를 통해 나타난 용의 선상의 인물들을 만나 탐문수사하며 수사망을 점점 좁혀갔다.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 중에는 S씨도 포함돼 있었다.

건장한 운동선수 체형의 S씨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사진에도 체형만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주부터 S씨를 직접 만나 피해 여성인 A씨를 알고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13일에는 S씨의 휴대전화를 압수, 통화기록 조회에도 착수했다.

이로부터 채 하루가 지나기 전인 14일 오후 1시 10분께 S씨를 만나 탐문수사했던 한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형사가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건넨 명함을 보고 전화한 것이다.

S씨는 전화 통화에서 "내가 범행을 했다. 자수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여간 쫓던 용의자 검거가 목전에 온 순간이었다.

형사는 S씨가 마음을 바꾸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근처에 있는 삼양파출소로 나와라"라고 말했다.

이후 오후 1시 30분께 S씨는 거짓말처럼 파출소로 순순히 찾아가 자수했으며, 경찰은 신분확인 등을 거쳐 오후 2시께 S씨를 긴급체포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조사 결과 S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이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않았으며 결혼 관련 비자로 체류하고 있다.

S씨는 아이도 있는 등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제주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안내나 음식점에서 주방일을 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S씨는 지난해 연말께 A씨를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살해한 뒤 서귀포시 안덕면 야초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죄를 뉘우친 것보다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압박감에 자수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히 수사해 피해 여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중국 장쑤성 출신의 피해 여성 A씨는 지난해 10월 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뒤 주점에서 일하다가 같은 해 12월 말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안덕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A씨는 예리한 흉기로 목과 가슴에 6차례나 찔렸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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