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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탈북민들 "매 맞는 교사, 北에선 상상 못할 일"

송고시간2016-05-15 08:11

"우리도 교사로서 수업하고파…통일되면 北에 남한 교육 접목할 것"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통일이 되면 북한에 남한 교육을 접목하는 선봉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서 그날이 와서 우리도 남북 학생들을 앞에 두고 수업을 하고 싶어요."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에서 만난 북한 교사 출신 '탈북학생 전담 코디네이터' 이성현(가명·34·여) 씨와 김나리(가명·45·여) 씨는 얼른 남북이 통일돼 자신도 교사 역할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학생 전담 코디네이터는 탈북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그들을 상담하고 적응을 잘 하도록 돕는 교사 출신 탈북민을 말한다. 1년 단위 계약직이지만 인기가 높다.

북한에서 1년간 체육을 가르치다 2008년 탈북한 이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전담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다. 10년 정도 중학교 국어 교사를 하다 2007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김씨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이들은 탈북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대화를 시작해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이나 애로사항 등을 상담한다.

이씨는 "탈북학생들은 아무래도 교과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김씨는 "탈북학생이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속이 상한 아이와 부모를 위로하고 상처를 감싸주고, 적응을 도와줄 때 보람이 있다"며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굉장히 큰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학교 현장은 일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남한에서도 학교에서 일하는 게 항상 즐겁다.

다만 남한의 학교 문화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언론에 소개되는 '매 맞는 교사' 얘기를 들었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라며 "북한에서는 학생들과 부모가 교사를 존경하며, 교사도 6년간 담임을 맡아 학생들과 유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수학이나 '혁명 역사' 같은 과목에 비해 다른 과목 교사들은 약간 등한시되는 분위기도 있지만, 남한의 일부 교사처럼 무시당하지는 않는다"며 "'학생들이 부모에게 어떻게 하기에 교사에게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한에서도 '교사' 지위를 받는 일이다. 북한에서는 상위 1%만 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서 존경받았지만, 남한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일해야 해 속이 상할 때가 많다.

김씨는 "의사 같은 다른 직업군과 달리 교사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남한에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임용고시를 보기도 어렵다"며 "탈북학생을 위한 도덕 수업이나 통일교육도 담당하는데, 교사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에 가려져 있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에서 진행한 '통일학교'는 그래서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통일학교는 통일 이후 학교 상황을 가정해 남북한 교사와 학생이 뒤섞여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연습을 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탈북학생과 교사 등 총 77명이 참여했다.

이씨는 "나는 체육 교사로서 북한의 체육 종목을 포함해 미니 체육대회를 열고 아이들을 가르쳤다"며 "남한에 넘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내 전공수업을 하니 눈물이 흐를 정도로 반갑고 기뻤다"고 말햇다.

특히 통일 후 자신의 역할이 많을 것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통일시대에는 남북한 학생이 서로 다른 사회를 이해하고 포용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두 제도를 다 겪은 교사로서 학교 시스템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학생들도 통일시대를 떠올리며 더 넓게 상상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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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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