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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그라운드의 도우미들 '배트보이·볼걸'

송고시간2016-05-15 07:46

매끄러운 경기 진행 도와…구단마다 4∼6명 포진

130년 전부터 활동…'양키스 마스코트' 배트 보이도

SK 와이번스 배트걸 빛나, 볼걸 함민지
SK 와이번스 배트걸 빛나, 볼걸 함민지

(서울=연합뉴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배트 걸' 빛나(27·예명)와 '볼 걸' 함민지(25).
두 사람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SK의 홈경기 시 선수들이 쓰고 난 방망이, 파울 지역에 떨어진 공을 치우는 역할을 한다.
각각 모델(빛나)과 배우(함민지)인 두 사람은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다. 2016.5.15 [SK 와이번스 제공]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저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 불펜 투수예요. 볼 걸(ball girl)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함민지(25) 씨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P.S. 걸' 조연으로 데뷔한 배우다. 지난달부터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볼 걸'로 일한다.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해 파울 볼이나 그라운드에 들어온 응원 도구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이닝 전환 때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간단한 캐치볼도 해준다.

함 씨는 '야구인'으로서 자부심도 있다.

SK도 아무나 채용한 것이 아니다.

야구 규칙을 모르는 사람이 볼 걸이나 배트 보이로 일하면 자칫 경기 흐름을 뒤바꿔놓는 '대형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함 씨는 스스로가 야구인이기에 볼 걸 경험이 더 재미있고 신기하다.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28)의 피칭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넋이 나가면서 '나랑은 차원이 다르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다.

◇ "핫도그 사와라" 심부름시키던 베이브 루스

야구장에는 배트 보이(bat boy)와 볼 보이(ball boy)가 있다. 성별에 따라 배트 걸이나 볼 걸로 불리기도 한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각각 4∼6명의 배트 보이·볼 보이를 두고 있다.

대부분 20대인 이들은 대학생, 일반인, 연예인 등 다양한 직종이다.

SK는 1루와 3루 쪽에 각각 볼 걸과 볼 보이, 타석 주변에 배트 걸 두 명을 둔다. SK 배트 걸 빛나(27·예명)는 모델 출신이다.

두산 베어스에는 6명의 배트 보이, 볼 보이가 있다. 모두 '야구를 사랑하는' 일반인 남자 아르바이트생이다.

이들은 두산의 홈 경기가 열리기 전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역할도 한다.

뉴욕 양키스의 유명한 배트보이 베넷
뉴욕 양키스의 유명한 배트보이 베넷

(서울=연합뉴스)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배트 보이 에디 베넷(1903∼1935년).
베넷은 아기였을 때 사고를 당해 평생 척추 장애와 왜소증을 앓았다.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부모를 잃은 베넷은 생계를 위해 '나를 고용하면 신비로운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설득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배트 보이로 취업했다.
자신의 외모와 체구를 상품화한 것이다.
예언(?)대로 베넷은 단숨에 화이트삭스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됐다.
베넷은 이후 브루클린 로빈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신)를 거쳐 18세에 뉴욕 양키스로 옮겼다.
그는 '양키스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매력 덩어리'로 부리며 뉴욕의 유명 인사가 됐다. 2016.5.15 [인터넷 화면 캡처]
photo@yna.co.kr

10개 구단의 배트·볼 보이(걸)는 대부분 1년 계약직으로, 구단마다 다르지만 5만∼10만 원의 일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트 보이(볼 보이 포함)는 야구와 역사를 같이 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1880년대부터 배트보이가 있었다.

짐 브레슬린이라는 미국 노인은 1995년 한 방송에서 자신이 배트보이로 일하던 1920년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년)와 추억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 도중 자꾸 나한테 핫도그 사 오라고 시키더라고요. 하나 사오면 다 먹고 하나 더 사오라고 하고. 그렇게 7개를 먹어치우더군요. 난 그날 배트 보이로서 본업은 전혀 하지 못했죠."

야구가 좋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저절로 '배트 보이 출신 선수'도 생겨났다.

현역 메이저리거 중에는 투수 드류 스토렌(29·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배트 보이로 일한 경험이 있다.

KBO리그에는 배트 보이 출신으로 알려진 선수가 없다.

KBO와 각 구단 관계자 모두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 1920년대 양키스 마스코트이던 '비운의 배트 보이'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배트 보이는 에디 베넷(1903∼1935년)이다.

베넷은 아기였을 때 사고를 당해 평생 척추 장애와 왜소증을 앓았다.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부모를 잃은 베넷은 생계를 위해 '나를 고용하면 신비로운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설득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배트 보이로 취업했다.

자신의 외모와 체구를 상품화한 것이다.

예언(?)대로 베넷은 단숨에 화이트삭스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됐다.

베넷은 이후 브루클린 로빈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신)를 거쳐 18세에 뉴욕 양키스로 옮겼다.

그는 '양키스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매력 덩어리'로 부리며 뉴욕의 유명 인사가 됐다.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배트 보이' 베넷은 경기 중 밀러 허긴스 당시 양키스 감독 옆에 앉아 선수 기용 등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베넷은 짧은 인생을 살았다.

아마추어 야구 경기 도중 사망한 9살짜리 배트 보이 사고 직후
아마추어 야구 경기 도중 사망한 9살짜리 배트 보이 사고 직후

(AP=연합뉴스)

29세이던 1932년 뉴욕에서 택시에 치여 다리를 심하게 다치면서 삶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건강이 나날이 나빠졌다. 결국, 이듬해 양키스에서 사실상 해고됐다.

가난에 찌든 베넷은 1935년에 삶을 마쳤다.

장례식은 쓸쓸하게 치러졌다.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1월에 사망했는데도 팀의 마스코트이던 베넷의 장례식에 참여한 양키스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 위험에 노출된 배트 보이…지난해에는 사망 사고도

야구는 재미있으면서도 위험한 스포츠다.

프로 선수도 항상 부상에 노출돼 있다. 배트 보이, 볼 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는 아마추어 야구 경기 도중 9살짜리 배트 보이가 방망이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 어린이는 타자가 삼진 아웃을 당하자 그라운드에 떨어진 배트를 집어 들고 대기타석 쪽으로 뛰어오다가 몸을 풀던 한 선수가 휘두른 배트에 머리를 강타당했다.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앞서 메이저리그는 2003년부터 배트 보이의 나이를 14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트 보이로 나섰던 대런 베이커(당시 3세) 때문이다.

더스티 베이커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아들인 세 살배기 대런은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홈플레이트에서 꾸물거리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이 해프닝으로 적어도 청소년이 배트 보이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끝에 연령이 상향 조정됐다.

SK의 배트걸인 빛나(예명)는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뜬공을 잡으려는 포수) 허도환 선수와 부딪힐 뻔했다"며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면서 본능적으로 발로 (허도환을) 찰 뻔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메이저리그 투수 브래드 페니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이던 2005년 배트 보이에게 1갤런(3.8ℓ)의 우유를 한 시간 안에 먹어보라고 시켰다가 구설에 올랐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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