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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온상·자정력 상실…부활 25년 지방의회 부끄러운 민낯

송고시간2016-05-15 07:10

충북도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로 부인식당 매상 올려…도덕성 '바닥'

성희롱·이권 개입·장학금 횡령…지방권력 횡포에 '무용론' 고개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추문 탓에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의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부패 온상·자정력 상실…부활 25년 지방의회 부끄러운 민낯 - 2

지방자치제 정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채 토호세력의 권력 차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부활 25년을 맞은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핵심인 지방의회가 제대로 정착, 본연의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부조리의 매듭을 끊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방자치가 성년의 나이를 훨씬 뛰어넘었음에도 성숙과 발전은 커녕 각종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며 퇴행, 지역민의 걱정과 우려만 사고 있으니 큰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의원들의 비위는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성희롱, 이권 개입, 횡령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방권력의 횡포라는 말이 실감난다.

충북도의회 김봉회 부의장은 부의장에 오른 뒤 작년 말까지 1년 반 동안 153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는데 80차례를 자신의 지역구에서 하고, 이 중 19차례는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했다. 부인 식당에서 지출한 식비만 455만9천원에 달했다.

의정활동에 써야 할 업무추진비를 부인식당 매출을 올리는 데 썼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김 부의장은 사과 한 마디 없이 함구했다.

이런 행태는 업무추진비를 받는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인데, 혈세를 이용해 지역구 다지기를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언구 도의장은 2014년 총 61차례의 간담회 가운데 30차례를 자신의 지역구인 충주에서 했다. 도의회가 소재한 청주에서 연 간담회는 26차례에 그쳤다. 작년에도 86차례의 간담회 중 충주에서 연 간담회가 20차례에 달했다.

청주시 학교학부모연합회 회장인 청주시의 한 의원은 작년 10월 장학금 마련 바자 행사를 해 수익금 1천800만원 중 700만원을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쓴 혐의로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주시의회 윤범로 의장은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받았지만 여성 공무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는 수모를 겪었고, 제천시의회 성명중 의장은 관급 공사와 관련해 청탁·알선 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모범이 돼야 할 지방의원들이 지탄의 대상이 됐는데도 지방의회 자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면죄부를 줘 제식구 감싸는데만 급급해 하고 있다.

지방의회마다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위법 행위가 확인된 의원조차 윤리위에 회부하지 않거나, 회부 되더라도 징계를 하는 경우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청주시의원이 면죄부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경비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권익위가 이 의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하면서 이 의원은 시의회 윤리위에 회부됐다. 지방의회 행동강령상의 영리행위 신고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의회는 지난달 22일 열린 임시회 때 해당 의원을 징계하지 않았고 그 이유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게 밖으로 알려진 이유다. 시의회가 정작 자신들의 비위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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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술집에서 공무원과 언쟁하다 술병을 집어던져 구설에 오른 도의회 박한범 운영위원장 역시 도의회 차원의 징계를 면했다.

박 위원장의 '음주 추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으나 이 윤리특위는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내면서 면죄부만 줬다.

1991년 부활, 올해로 25년을 맞은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양대 수레바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지방행정에 반영시키고, 집행부를 견제, 감시해야 하지만 도덕적 일탈과 부패, 비리로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충북도의회만 하더라도 의원 1인당 5천400만원의 의정활동비를 포함해 한 해 운영 예산이 98억7천만원에 달한다. 연간 100억원대의 주민 혈세를 투입해야 할 만큼 의회가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의문 부호가 커지고 있다.

함량 미달 지방의원을 퇴출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지방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못하는 이유는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들의 부실 검증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후보의 됨됨이나 자질보다는 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공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에서 존경받거나 추앙받는 인물은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등을 돌린 것이 현실이다.

자질이 부족한 인사가 정당 공천을 받아 지방의회에 입성, 허세를 부리고 온갖 비위를 저질러도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은 "의원들의 일탈행위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방의원 스스로가 도덕성으로 무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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