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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를 '환호성'으로 바꾼 유근기 곡성군수

송고시간2016-05-15 09:00

흉흉한 스릴러 영화(哭聲)에 역발상 대응으로 화제

영화개봉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숨은 관광지 곡성 '주목'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울음(곡) 소리'라는 뜻의 영화 '곡성(哭聲)'이 개봉 후 흥행을 이어가면서,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고개'라는 뜻의 '곡성(谷城)'지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과 배우의 덕분이지만, 잔혹한 스릴러 영화가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지역마케팅의 호재로 돌려세운 건 한 시골 군수의 글 덕분이다.

영화 곡성에 역발상 대응으로 화제가 된 유근기 곡성군수를 만나 그의 입을 빌려 외할머니의 주름을 닮은 '깊은 골짜기, 높은 산'의 곡성군을 엿봤다.

'울음소리'를 '환호성'으로 바꾼 유근기 곡성군수 - 2

◇ 칼날 대신 따스한 품을 내민 곡성

지역 이미지에 자칫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 개봉에 역발상 대응을 천명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어린 글을 기고해 화제가 된 유근기 곡성군수는 15일 "내 고향 곡성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느냐를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사와 곡성군이 서로 반대의 입장만 내세우며 맞섰다면 어느 한 편이 이긴다 한들 영화사와 우리 군,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에 칼날을 세우게 되는 셈이니 모두가 아프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경쟁사회가 만든 도태에 대한 불안이 우리 모두를 이기적으로 몰아가고, 그러한 부정적 대응은 승리하더라도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뿐이라는 게 유 군수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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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태풍피해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과를 '합격사과'로 마케팅해 성공한 일본 아오모리 현 처럼 "영화 곡성의 개봉을 막을 수 없다면 곡성을 모르는 분들에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곡성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두 저가 항공사가 광고 문구를 둘러싼 갈등을 벌이다 '팔씨름 이벤트'를 통해 둘 다 승리했듯이 영화 곡성도 살고 우리 곡성군도 사는 결과가 되기를 바랐다.

영화 때문에 지역 이미지가 추락하여 관광객들이 줄고, 농산물도 외면받고, 부동산값도 떨어지고, 우리 주민들까지 영화 속 사람들로 생각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 군수가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자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곡성군 주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유 군수는 "우리 민족과 우리 군민은 낙천적이다"며 "'부정'이 가지는 예방의 힘도 중요하지만, '긍정'이 가지는 믿음과 용기의 힘이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 선로를 활용하여 곡성섬진강기차마을이라는 상품을 처음 만들 때도 우리 곡성군 주민들은 "안 될 거야"라는 부정의 정서가 아니라 "한번 해 보자"라는 긍정의 정서로 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유 군수의 설명이다.

그래서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을 오시라"는 당부에 많은 이들이 화답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유 군수는 "긍정의 정서가 많은 분께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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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의 품과 같은 곳' 곡성

유 군수의 역발상 대응과 함께 화제가 된 것은 곡성군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고향에서 50여 년간 살면서 우리 곡성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무엇이든 자세하게 보게 된다"며 "그런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았던 섬진강과 누군가를 떠나보낸 후 마주하는 섬진강, 홀로 생각에 잠겨 거닐던 섬진강은 모두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들을 마주한 그 순간도 아름답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마주했던 장면들이 보편적인 기억으로 흐릿해지는 시기에는 더 큰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그러한 감정을 유 군수는 글로 적었다.

곡성은 한마디로 시골 외가의 할머니 품 같은 곳이다.

투박한 손길로 숨겨놓은 감과 과자를 내어놓던,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가슴 먹먹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구전에 의하면 지세에 따라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본따서 곡성(曲城)으로 부르다 고려 시대에 와서 시골장을 떠돌아다니는 장꾼들이 교통이 불편하여 통행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영화의 제목처럼 곡성(哭聲)이라 한때 불리기도 했다.

이후 곡식이 풍부하다는 의미로 곡성(穀城)이 되기도 했지만, 국가에서 지명만을 생각하고 조세를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주민 여론에 따라 곡성(谷城)으로 개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촌 향도가 극심해 현재는 3만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군 산하에 1읍·10면,·125리·272마을이 임야가 72%가량에 달하는 547.4㎢ 면적에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 섬진강 38㎞와 대황강 16㎞를 품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된 모습과 달리 '범죄 없는 마을' 사업 9년 동안 범죄 없는 마을 176개를 누적 배출한 한적한 시골이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배경으로 곡성을 택한 이유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장소다. 자주 찾아갔다. 아름다운 곡성을 무대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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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곡성을 봤다면 이제 곡성군을 여행할 차례

곡성에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연간 150만명의 유료 관광객이 입장하는 곡성섬진강기차마을이다.

한국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고, 미국 CNN에서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곳 중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라선 직선화 공사로 남게 된 철길을 철도청으로부터 사들여 기차테마공원으로 조성해 2005년 개장해 섬진강을 따라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다니고, 레일바이크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절집까지의 2㎞ 남짓한 길은 봄에는 신록,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 가을에는 짙게 물든 오색단풍이 장관인 태안사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누각처럼 생겼다고 해 부쳐진 이름 능파각도 추천 관광 코스다.

새벽녘 물안개가 가득 피어나고, 겨울이면 상고대가 제법인 침실 습지,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길과 각종 체험마을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먹거리는 은어구이, 참게 매운탕이 유명하다.

최근 전남 남도음식 특화 거리에 선정된 압록 유원지 일대에서는 참게를 갈아 만든 참게 수제비가 일품이다.

제주산 흑돼지 못지않은 흑돼지 불고기, 버섯 중인 최고로 꼽히는 능이로 끓인 능이닭곰탕도 군침 돌게 한다.

당장 곡성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6회 곡성세계장미축제'에서 1004종류의 수천만 송이 장미가 내뿜는 향기에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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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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