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검은 돈의 고리' 잊힐 만하면 터지는 재개발 비리

송고시간2016-05-15 07:11

울산·광주·천안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잇따라 구속

"공공성 강화 측면서 지자체가 조합 운영비 지원 필요"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주택재개발·재건축조합장들이 정비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되거나 처벌받는 일이 잊힐 만하면 다시 터지고 있다.

'검은 돈의 고리' 잊힐 만하면 터지는 재개발 비리 - 2

조합장이 정비업체와 시공사 선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검은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조합장 스스로 도덕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지자체 등이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서류 조작해 특정 업체 선정…뒷돈 챙긴 조합장들

울산 중구 최대 재개발지역 조합장이 지난 9일 구속됐다.

조합장 A씨는 2014년 3월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체 경쟁 입찰에서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해주고, 2억8천6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격이 없는 업체를 입찰보증보험증권, 입찰 견적서 등을 위조해 들러리 세워 경쟁입찰인 것처럼 꾸몄다.

또 홍보업체와 짜고 일하지 않은 홍보 요원의 출근부를 조작해 인건비를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4월 광주에선 재개발조합장 B씨가 재개발 공사의 창호 업체 선정을 돕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천안 모 재건축조합 조합장 C씨가 4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C씨는 하지도 않은 공사의 대금을 특정 업체에 주고, 그 대금을 나눠 가지는가 하면 조합자금을 개인 빚 갚는 데 쓰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조합장들이 조합을 개인 사업체처럼 운영하고 정비업체는 뇌물을 제공, 사업 전반에 관여하면서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설립·운영비 없는 조합…"공공이 지원해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조합은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단계에서 조합 설립까지만 따져도 억대의 돈이 든다.

조합원 300∼400명을 모집하고 추진위를 1년 6개월가량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1억5천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합 창립총회를 여는 데만 6천만원 이상 든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추진위 측은 그러나 돈이 없기 때문에 결국 대여금 형식으로 정비업체 등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여금'이지만 여기서부터 검은 거래의 소지가 있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정비용역 단계에서부터 재개발·재건축의 조합장이 될 만한 인물에게 접근해 돈을 뿌리는 정비업체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조합장이 일단 검은 돈을 받으면 그것을 약점으로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시공업체 선정 등에 관여하게 되고, 특정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서로 나누는 식으로 비리 고리가 커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 등 공공이 추진위 구성부터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대여해 비리 소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자체가 관리자로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 참여해 조합장 선출과 시공사 선정 등에 관여하는 '공공관리제도'가 있기는 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경기도 등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다른 시·도는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데다가 조합 역시 이 제도로 운영비를 지원받으면 준비해야 할 서류나 담보 등의 절차가 늘어나 꺼리는 분위기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 심형석 소장은 15일 "지자체가 운영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발이익금을 기부채납 형태로 받는 방법 등을 고려할 만하다"며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도시 전체 환경을 개선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cant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