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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장악한 혼외자 코드…진부하지만 유효한 갈등요소

송고시간2016-05-03 08:30

'가화만사성', '그래, 그런거야' 나란히 소재로 활용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밖에서 낳아온 자식' 코드만큼 낡은 소재가 또 어디 있을까.

존재 자체를 알지도 못했던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평화로웠던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광경은 드라마에서 닳고 닳은 자극적 클리셰다.

하지만 이게 여전히 현실에서도 반복 재생산되고 있으니, 드라마에서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구닥다리'라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손가락질 하기도 힘들다.

불과 얼마 전에도 내로라하는 재벌기업 총수가 혼외자식의 존재와 불륜을 공개적으로 고백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2016년 봄 주말 안방극장에서 혼외자 코드가 여전히 주요한 갈등요소로 기능하고 있는 걸 개연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주말 밤 9시 경쟁하는 MBC TV '가화만사성'과 SBS TV '그래, 그런거야'가 나란히 혼외자 코드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가고 있다.

같은 소재지만 두 드라마의 요리방식이나 그에 따른 시청자의 반응은 다르다. 진부한 소재지만 시청자는 또다시 그 진행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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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하지만 또다시 관심이 가는…

'가화만사성'이나 '그래, 그런거야'는 둘 다 출발 선상에서 '막장 코드 없는 유쾌한 가족극'을 선언한 드라마다. 하지만 그런 선언과 달리 둘 다 혼외자식을 초반부터 출연시켰다.

그만큼 혼외자식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더는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방증인지, 제작진의 윤리지수가 일반적인 상식보다 관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불륜도 아니고 혼외자식을 등장시켜 갈등을 조장하는 게 '유쾌한 가족극'과 거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다.

'가화만사성'은 1회에서 바로 봉가네의 장남 봉만호(장인섭 분)의 혼외자식이 등장했다. 억척 조강지처 한미순(김지호)과 딸 둘을 낳고 사는 철부지 봉만호가 바람을 피운 주세리(윤진이)가 갓난아기를 안고 나타나면서 이 봉가네는 바로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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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거야'는 지난달 초 15회에서 이 코드를 터뜨렸다.

유씨네 집안 손녀 중 하나인 깔끔한 완벽주의자 유세희(윤소이)가 결혼 1년 만에 남편 나현우(김영훈)에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 '과속스캔들'과 '고전 신파'가 뒤섞였다. 나현우가 고등학교 때 셋방 살던 누나랑 '원나잇 스탠드'를 했는데, 한참 뒤 그 누나가 중학생이 된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다는 사연이다. 나현우는 그 사실을 숨긴 채 유세희와 결혼했고, 그 누나가 최근 병으로 죽으면서 이러한 사연이 들통났다.

시청자들은 이 두 커플의 갈등에 집중하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은 이들 커플의 갈등과 전개과정에 또다시 주목하고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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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와 절망은 나의 힘

'가화만사성'은 지난 1일 방송된 19회에서 한미순이 자식들을 보고 참고 살려고 했지만, 반성을 모르고 뻔뻔하게 구는 봉만호에 질려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혼하면서 한미순이 봉만호에게 퍼부은 말들에 시청자들은 "통쾌하다" "체증이 쑥 가신다"는 반응을 보였고, 시청률은 16.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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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은 수많은 아침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불륜의 피해자인 조강지처가 이혼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청자들은 "절대로 봉만호와 한미순을 재결합시키지 말라"며 한미순을 이구동성으로 응원한다.

'그래, 그런거야'는 결혼 전, 그리고 오래 전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정상 참작'한 유세희가 이혼 대신 결혼 생활 지속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요즘 세상에 말이 되는 일이냐"는 지적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세희의 비중을 늘려달라"고 할 정도로 이들 커플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희 역을 맡은 윤소이가 절제해서 표현하는 절망과 분노의 연기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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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희는 "끝내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 그래놓고 일단 가보자"라며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하다.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 집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아이를 낳게 되면 남편에게는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유세희의 당찬 모습이 여느 '참고 사는 여자'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이러한 유세희의 선택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드라마의 동력이 되고 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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