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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에게 나이듦이란…'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송고시간2016-04-27 15:50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글 쓰는 자는 어떠한 비극,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독자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74쪽)

올해 등단 41주년을 맞은 소설가 현기영이 산문집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를 펴냈다.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는 현기영이 14년 만에 발표한 산문집으로, 2002년부터 쓴 산문 37편을 가려 묶었다.

현기영은 대표작 '순이 삼촌'에서 잘 보여지듯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념을 통해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끌어내는 작가다. '순이 삼촌'은 이전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던 제주 4·3 사건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후에도 왜곡된 사회구조나 정치권력, 이념에 희생된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변방에 우짖는 새',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대표적이다.

현기영은 세월이 흘러 노년에 접어들면서 인생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변화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먼저 늙어가면서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 또 그것을 받아들이며 생기는 심경적 변화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또 그런 과정 속에 늙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노경에 접어들면서 나는 이전과는 좀 다른 삶을 꿈꾸게 되었다. 노경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이 적지 않은데 그중 제일 큰 것이 포기하는 즐거움이다. (중략)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은 자유이다. 그 자유가 내 몸과 정신을 정갈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중략) 욕망의 갖가지 소음들이 저만큼 물러난 지금 나는 호젓한 정적 속에 놓여 있다. 그 정적이 나는 좋다. 다른 삶을 위해 다시 태어난 듯하다." ('작가의 말' 중)

현기영은 소설 쓰기에 대한 달라진 견해도 풀어놓는다.

그는 '순이 삼촌'을 쓸 때 4·3 사건을 말하지 않고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생각을 고쳐먹는다. 그는 사실성만 강조하는 것은 역효과만 자초하게 된다며 비극을 더 선명하기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정과 웃음을 작품 속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이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등한히 했던 나무와 꽃, 달과 강에 사과한다. 아름다움을 노래한 서정시에 사과한다"며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대해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한다"고 말한다.

다산책방. 260쪽. 1만2천원.

현기영에게 나이듦이란…'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 2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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