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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이 사는 법> 대표팀 유니폼이 꿈인 쿠바 야구선수

송고시간2016-04-25 11:00

외야수 요아산 기옌 "한국 야구는 톱 레벨…이대호 타격 인상적"

아마추어 리그서 16개 팀 7개월 열전…인재 유출 심화 '골치'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역사적인 쿠바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88년 만에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쿠바를 찾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쿠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던진 카드는 다름 아닌 '야구 외교'였다.

그만큼 야구는 쿠바에서 국기(國技) 대접을 받는 스포츠다.

24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 자택에서 만난 쿠바 최고 명문팀 인두스트리알레스의 외야수 요아산 기옌(27)도 쿠바 야구의 주축이 되고 싶다는 꿈을 꺼냈다.

기옌은 비시즌인 현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간 이어지는 훈련을 치르며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겨울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전지훈련을 떠나는 한국 야구팀들과 달리 연평균 기온이 20도가 넘는 쿠바에선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훈련이 가능하다.

기옌은 "다른 쿠바인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하면서 놀았다. 아마 9살 때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길거리 야구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8년 전 아바나의 다른 팀인 '메트로폴리타노'에 입단해 야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3년 전 마침내 꿈꾸던 최고 명문 인두스트리알레스의 유니폼을 입고 등번호 88번을 배정받았다.

기옌은 "입단이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뻐서 믿을 수 없었다. 인두스트리알레스의 일원이 되는 것은 모든 쿠바 야구 선수의 꿈"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고 자랑했다.

최고 팀의 유니폼을 따냈지만, 아직 기옌은 갈 길이 멀다.

자신의 포지션이 "모든 곳"이라며 웃는 그는 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지난 시즌 한 경기에 대수비로 출전해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순간을 쿠바 방송에서 하이라이트로 방영한 장면을 녹화한 테이프는 기옌네 가족의 보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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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야구선수들은 대체로 쿠바와 가까우면서 세계 최대의 야구 시장인 미국 야구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기옌은 한국 야구에 대해서도 익숙했다.

그는 "2008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출전한 이대호(당시 롯데 자이언츠)를 봤는데 덩치에 비해 타격 자세가 상당히 부드러워서 인상적이었다"며 "지금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은 쿠바에서도 정말 유명한 선수다. 그의 머리 모양이 달라진 것도 화제가 된다"며 "그의 공을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부모님을 함께 살면서 아내와 두 살배기 딸을 부양하는 기옌은 야구선수로서 두 가지 꿈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미국 최고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쿠바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쿠바 대표팀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면 미국 프로야구 진출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정부 허가 없이 외국으로 진출한 선수는 쿠바 대표팀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옌은 "다른 나라로 가서 가족들을 도와주고 싶다"며 "열심히 연습하는 것만이 답이다. 야구에만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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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옌이 성공을 꿈꾸는 쿠바 야구의 무대는 1961년부터 이어진 '쿠바 야구 내셔널 시리즈'다.

내셔널 시리즈는 9월께부터 16개 팀이 한 팀과 각 6차례 맞붙어 팀당 총 90경기를 치르는 일정으로 약 7개월간 이어진다.

그래서 단일 연도에 한 시즌을 치르는 한국,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쿠바의 리그는 '2015-2016시즌'과 같이 표기한다.

상위권 팀들이 나서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십도 있다.

최고 명문이자 인기가 높은 팀은 기옌이 속한 인두스트리알레스다.

"인두스트리알레스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후보 선수 기옌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인두스트리알레스는 1963∼1966년 네 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입지를 굳혔고 통산 12차례 우승했다.

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뛰는 켄드리스 모랄레스 등이 인두스트리알레스 출신이다.

리그 초창기엔 아바나의 다른 팀 '메트로폴리타노'가 잠시 쌍벽을 이뤘고 지금은 피나르 델 리오, 시에고 데 아빌라 등 지방 팀들이 인두트리알레스를 견제할 세력으로 꼽힌다.

최근 막을 내린 2015-2016시즌 챔피언십에선 시에고 데 아빌라가 피나르 델 리오와 붙어 3연승과 3연패를 반복하고는 마지막 7차전에서 승리해 4승 3패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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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야구를 수식할 때면 '아마(추어)'라는 표현이 꼭 따라온다.

쿠바야구협회는 쿠바의 야구 규칙이 프로 선수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아마추어 리그다 보니 선수들의 수입도 낮다. 비주전급 선수들의 평균 수입은 월 1천CUP(약 4만7천 원) 정도로 알려졌다.

평균 20∼30달러(약 3만4천 원)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다른 쿠바인들보다야 형편이 낫지만 300달러(약 34만 원) 이상으로 알려진 아바나의 4인 가족 월평균 생활비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똑같다.

이 대목은 쿠바 야구계의 최근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실력 뛰어난 선수들이 MLB나 일본프로야구(NPB) 등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리그의 러브콜을 받아 떠나는 바람에 리그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저하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나간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어서 쿠바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야구 선수 자체가 많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좋은 타자들이 더 많이 외국으로 나가서 '투고타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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