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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범어천은 제 문학의 모성적 원천"

송고시간2016-04-24 21:36

고향인 대구 범어천변에 시비 세워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중략)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쓴 정호승(66) 시인의 시비가 그의 고향인 대구 수성구 범어천변에 세워졌다. 시비에는 시인의 대표작 '수선화에게'가 새겨졌다.

정 시인은 지난 23일 오후 열린 시비 제막식에서 "저는 이곳을 떠나 살면서도 한 번도 범어천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저에게 시를 쓸 수 있는 모성적 자양분을 공급해준 유일한 곳이 바로 범어천"이라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 "범어천은 제 문학의 모성적 원천" - 2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마친 그는 당시 하루도 범어천 둑길을 오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시인은 범어천에서 미역을 감고, 물고기도 잡고, 썰매를 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범어천 골목 하나하나에 자신의 유년과 청소년기의 숨결이 살아있다며 감상에 젖었다.

정 시인은 "시인은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를 쓰기 어렵다"며 "범어천은 저에게 자연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줬다. 그런 만큼 제 작품세계의 살과 뼈를 형성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공간으로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어천과 관련,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풀어놓았다. 정 시인의 어머니는 범어천에 비친 달을 보며 가계부 여백에 시를 쓰는 분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을 집게로 집어들고 범어천을 건너 새벽기도를 가던 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난 후 어머니를 모시고 범어천에 온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불효지요. 지금 어머니는 오시고 싶어도 오시지 못하니깐요. 그러나 시라는 것이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쓰는 것이란 걸 알려준 분이 바로 제 어머니지요."

이날 제막식에는 김부겸 국회의원 당선인, 이진훈 수성구청장, 장호병 대구문인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번 문학 기행을 기획한 이야기경영연구소가 초청한 독자 100여명도 자리를 지켰다.

정 시인은 제막식에 이어 범어도서관에서는 '내 문학의 고향 범어천' 제목으로 강연도 했다. 그는 대구 계성중 2학년 국어 시간을 회고하며 자신을 시로 입문하게 해준 김진태 선생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선생님이 '자갈밭에서'라는 제 시를 보고 제 까까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리고 '호승이 너는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겠구나'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의 그 한 마디가 제 인생을 바꾸어놓을 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어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쳤다.

"시는 인간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인간의 육체에 안식을 주듯 시는 목마른 인간의 영혼에 위안을 줍니다. 그런데 밥을 할 때 물을 붓지 않고는 밥을 할 수가 없어요. 인간의 고통은 물과 같은 것이지요. 시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해의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그 어떤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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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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