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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들춰보기> 사려 깊은 수다·기억의 종말

송고시간2016-04-24 17:10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사려 깊은 수다 = 박정은 지음.

재미영성학자 박정은 수녀가 여성을 위한 피정(避靜) '지혜의 원'을 이끌며 여성의 자기발전과 성장에 관해 쌓아온 통찰을 책으로 묶었다.

'지혜의 원'이란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와 반대인 평등한 구조를 상징하며 박 수녀는 20여 년 간 '지혜의 원'에서 수많은 여성과 마음의 빗장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왔다.

박 수녀는 대부분 한국 여성이 지닌 공통적 정서로 수치와 아픔을 꼽는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경제 성장기를 살아온 여성들은 가난에 대한 상처와 못 배운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희생과 인내를 내면화한 여성들은 배우고 싶은 욕구,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미루는 데 익숙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자신의 욕구를 인식하는 것이 성장의 출발점이라며 욕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응답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혜의 원'에는 실패한 여성의 이야기가 있고, 슬펐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고, 아픔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낸 자매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끄럽게 여겨 마음속에 깊이 묻어둔 이야기들은 거룩합니다. 그 수치와 아픔 속에 신의 연민이 깃들이기 때문입니다."

옐로브릭. 240쪽. 1만4천원.

<신간 들춰보기> 사려 깊은 수다·기억의 종말 - 2

▲ 기억의 종말 =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악행을 기억하는 일은 선한가? 혹은 망각만이 최선일까?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단순히 '기억하라' 혹은 '잊으라'라는 제안을 넘어 어떻게 기억하고 언제 잊을 것인지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볼프에 따르면 기억은 필요한 행위지만 객관적·중립적이지 않으면 되레 진실을 왜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망각이 사랑과 화해의 선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잊을 수 없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중물 삼아, 성경과 교회사, 심리학,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지혜와 신화적 사색을 펼쳐 놓는다.

그에 따르면 불의를 기억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소명하고 가해자를 정죄하는 효과가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선을 해할 수도 있다.

왜곡되기 쉬운 기억의 위험성 등을 지적하며 되레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한다.

"종종 피해자들은 그들의 기억 때문에 가해자가 된다. 그들은 과거에 피해자로 겪었던 일을 기억하기 때문에 현재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처럼 기억이라는 보호의 방패는 폭력의 칼로 쉽사리 탈바꿈한다."

저자는 치유의 수단이 되는 기억, 망각에 대한 긍정, 가해자와의 화해와 용서라는 결론으로 나간다. 올바르게 진실하게 기억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VP. 336쪽. 1만6천원.

<신간 들춰보기> 사려 깊은 수다·기억의 종말 - 3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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