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세계 무대 주름잡는 한상> ④두바이 주상수 대표

송고시간2016-04-24 16:40

중동에 차도르 원단 수출하는 무역회사 스코트팩 운영"한국산 차도르, 중고가 시장 70% 점령…비결은 고품질"

(울산=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차도르 원단에 영어로 '대장금'이라고 써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 중동에서 여성들이 선호할 것 같아서요."

이슬람 여성의 온몸을 휘감는 검정 의복인 '차도르'.

중동 수입상들은 차도르 원단에 어째서 한국 드라마에서 따온 듯한 글자를 써달라는 걸까.

비밀은 주상수(53) 스코트팩 대표가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만든 의류 원단을 두바이를 통해 중동 각지로 가져다 파는 무역 전문가다.

주 대표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동에서는 한국산 차도르가 중고가 시장을 70%가량 점령했다"면서 "이슬람 여성은 중국산이나 동남아산보다 한국산 차도르를 훨씬 고급으로 친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1994년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간 1세대 한상(韓商)이다. 중동 붐을 타고 대기업 주재원으로 갔다가 이듬해 두바이에 자신만의 회사를 차렸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게 계기가 됐죠. 막상 가보니 중동의 모래바람이 거칠더라고요. 하지만, 그만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각오로 현지에 법인을 세웠죠. 그렇게 한국과 중동을 오간 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중동에서 무역하기엔 장벽이 많았다. 경영 환경이 폐쇄적인 데다 소비자 심리, 비즈니스 문화 등도 생소했다.

주 대표는 어떤 묘책이 있었을까. 그는 이른바 '나일 강 사건'이라는 일화로 대답을 대신했다.

"20여 년 전 일입니다. 중동에 터를 잡은 초기였죠. 이집트 포트사이드란 도시에 가서 거래선을 뚫으러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어요. 브랜드 인지도도 낮고, 제 나이도 너무 젊은 축에 속했기 때문이죠. 현지 바이어와 마지막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과감히 선언했습니다. '내년에 반드시 또 오겠다'고 하면서 이집트 속담을 인용했어요. '나일 강물을 한번 마신 사람은 죽기 전에 꼭 다시 와서 강물을 마시게 된다'는 거였죠."

말 한마디에 담긴 신뢰가 통했다. 이렇게 맺은 첫 거래는 꼬박 20여 년을 이어오며 50억 원가량의 매출을 주 대표에게 안겼다.

주 대표는 한국산 차도르의 성공 비결로 무엇보다 우수한 품질을 꼽았다.

"차도르는 100% 폴리에스터로 만드는데, 말 그대로 '얼마나 검게 보이느냐'가 관건입니다. 중동 바람에 휘날리더라도 살이 비치면 안 되는 거죠. 천을 짠 조직이 탄탄해야 하고, 염색도 진하게 들어야 합니다. 한국 대구의 공장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파는데, 중국산이나 동남아산보다 기술력이 월등히 좋다는 평가를 받아요."

여기에다 중동에 부는 '한류 붐'도 마케팅을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장금 차도르'도 이렇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드라마와 K-팝 인기가 폭발적이에요. 워낙 폐쇄적인 문화에서 살다 보니 대리 만족을 하는 경향도 있죠.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차도르 원단에 영어로 '대장금'이라고 새겨달라는 바이어도 무척 많았다고 해요.(웃음) 상표권 문제로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죠."

중동 전문가인 주 대표가 눈여겨보는 시장은 단연 이란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블루 오션'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회사가 올리는 연매출 2천300만 달러(약 260억 원) 가운데 80%가량이 이란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직은 이란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두바이에서 중계무역 형태로 차도르를 수출하는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인구가 8천만 명을 웃도는 데다 여성이 외출 시 차도르를 착용하는 관습도 여전히 엄격하거든요.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이란 사람들은 '한국인은 우리보다 일하는 시간이 두 배 많다'며 성실성을 높게 평가하죠. 이들의 지갑을 열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중동을 누비는 주 대표가 모처럼 울산을 방문한 것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울산광역시·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제18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해외를 누비는 동포 기업인이 고국을 찾아와 각국 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행사다.

지난 22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7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월드옥타 회원 600여 명이 참가했다.

주 대표는 이란 진출을 모색하는 고국의 기업인에게도 현장에서 피부로 깨달은 조언을 전했다.

"이란은 단연 '기회의 땅'입니다. 거대한 소비 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엔 중국산 제품이 저질 시비에 휘말리면서 한국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확 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품질 인증만 확실히 받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밖에 수출 대금 회수 방안도 자세히 검토해야 하고요. 이란에서는 '땀 흘린 만큼 번다'는 격언을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무대 주름잡는 한상> ④두바이 주상수 대표 - 2

newglas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