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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前 한진해운 회장의 지분매각, 문제 없나

송고시간2016-04-24 16:18

(서울=연합뉴스) 대규모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기업을 경영했던 재벌 사주가 구조조정 직전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는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한진해운 주식 0.39%를 매각했다. 최 전 회장 소유분 37만569주, 그의 두 딸이 갖고 있던 29만8천679주이며, 21일 종가 기준으로 하면 27억 원 규모다. 한진해운은 세계 경기 침체와 해운업 불황으로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 등 경영난으로 인해 총선 이후 '구조조정 대상 1호' 기업으로 떠올랐다. 한진해운은 부채가 6조6천억 원에 이르러 현재 구조조정 작업 중인 또 다른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의 부채 4조8천억 원보다 많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1조 원을 지원했지만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혼자 힘으로 어렵다"며 한진해운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율협약 후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주가 하락, 감자, 대주주 지분 소각 등으로 주주들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 전 회장은 한진그룹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매각한 결과가 됐다. 현재 유수홀딩스 회장인 최 전 회장은 비록 지금은 한진해운의 경영자가 아니지만, 이 기업의 부실에 큰 책임이 있다. 최 전 회장은 세상을 떠난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 조 전 회장이 사망하자 2006년부터 한진해운을 맡아 독자 경영했다. 한진해운이 계속되는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2014년 조 전 회장의 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최 전 회장의 지분매각과 관련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계획을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매수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면 불법이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최씨가 지배하는 유수홀딩스 측은 "최 회장 일가는 본격적인 (구조조정) 우려가 있기 이전부터 주식을 팔아 왔고, 자율협약 신청 결정 훨씬 전부터 계획에 따라 처분해 왔다"며 내부 정보에 의한 주식 매각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최 전 회장 일가의 마지막 지분 처분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 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 경제의 주력이었던 업종들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 공급 과잉, 경쟁력 상실, 중국의 추격 등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채권 금융기관, 회사채 및 주식 투자자, 종업원,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기관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 수많은 근로자가 실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전직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다면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재계는 걸핏하면 반기업 정서 때문에 국내에서 기업 하기 힘들다고 불평한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도 반기업 정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재벌 사주나 대기업의 부도덕성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 오너 일가가 자신만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린다면 다른 주주들이나 근로자들에게 구조조정의 고통 분담을 어떻게 요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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