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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억울함 풀어달라" 제주 중국인 피살여성 유족 애원(종합)

송고시간2016-04-24 15:40

제주서 돈 벌어 가족에 송금…경찰, 범인 검거 난항

'변사자 여성 신원 찾는다'
'변사자 여성 신원 찾는다'

'변사자 여성 신원 찾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산간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중국인 여성피살사건 수사가 뚜렷한 해결 단서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 여성인 A(23)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11일이 지난 24일에도 경찰은 A씨가 한국에 입국, 숨지기 직전까지 행적을 분석하고 있다.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까지 됐던 한국인 남성은 용의 선상에서 멀어지는 등 현재까지 중국인 여성 살해범을 압축하지 못해 사건은 의문에 빠졌다.

A씨의 유족은 수사진에 전화를 걸어 "범인을 꼭 잡아서 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은 '딸이 성인이 되면서부터 따로 살았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제주도 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운 상황 속에도 A씨는 제주에서 짧은 기간 일을 해 번 돈 일부를 가족에게 송금한 것으로 경찰의 관련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피해 여성의 금전 거래와 사생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범인을 잡아달라는 이야기와 수사상 필요한 경찰의 질문에 답하는 것 외에는 피해자의 성품 등에 대한 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유족과 연락했을 때는 중국총영사관으로부터 딸의 사망사실을 통보받고 며칠이 지났을 때이기 때문에 유족들은 담담하게 전화 조사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타지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힘들게 일하던 A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부터 현재 수사 상황까지 되짚어봤다.

"딸의 억울함 풀어달라" 제주 중국인 피살여성 유족 애원(종합) - 2

◇ 고사리 채취객 부패 여성시신 발견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3일 법정 공휴일을 맞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들녘에는 고사리를 채취하는 봄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간간이 빗줄기도 이어졌지만 들녘에서 고사리를 채취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즐거움도 잠시 정오께 보리밭을 뒤지며 고사리를 찾던 한 남성이 옆 구렁에 부패한 시신을 발견하면서 일순간 공포가 번졌다.

시신은 나지막한 나무 아래에 머리 부위가 풀과 흙에 덮여 엎드려 누운 모습이었다. 한 눈에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방치돼 있었다.

부패가 상당 기간 진행된 듯 시신의 신원을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시신의 키는 163㎝가량이고 밝은 갈색이나 노란색의 고수머리였다.

상의는 노란색과 청록색 패턴 줄무늬가 있는 스웨터, 하의는 중국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청색 치마와 검정 레깅스(쫄바지)를 입고 있었다.

신발은 신발 바닥에 'Design By Korea'라고 적혀 있고 밑창 주변에 삼각뿔 모양의 징이 박혀 있는 검은색 반 부츠(235㎜)를 신고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지목이 임야로, 듬성듬성 나무들이 있는 야초지였다.

제주 서부권 연결도로인 평화로에서 직선으로 100m가량 떨어졌으며,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넓이의 시멘트길이 나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 경찰, 신속 신원 파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일과 다음날인 14일 이틀간 시신 발견 지점에서 반경 5㎞ 구간에 경찰력 80여명을 동원, 혹시 있을 수 있는 유류품을 수색했다.

동시에 1차 검안과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 부검 결과, 이 여성은 목과 가슴에 모두 6차례나 흉기에 찔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 발견 현장에서 별다른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데다 부패하지 않고 남은 약간의 지문에 대한 대조에서도 한국인 실종자로 확인되지 않았다.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경찰은 외국인의 시신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옷차림 등 인상착의도 중국인에 가까웠다.

피해 여성의 인상착의를 담은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경찰은 "주변에 거주 중이거나 취업 중인 여성이 보이지 않거나 갑자기 고향이나 중국 등에 일이 있어서 갔다는 말을 들었을 경우 꼭 신고 바란다"고 외국인 관련 기관과 단체, 업체에 당부하기도 했다.

신원에 대한 단서는 신속하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부패한 피해 여성의 시신에서 유독 왼손 지문만은 숨진 후 최장 4개월 내외의 기간에도 끝까지 완전히 부패하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1㎝의 작은 지문이 왼손 끝에서 나타난 것이다.

경찰은 곧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는 출입국 기록상의 외국인 지문을 일일이 대조했다.

15일 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이 여성이 중국 남부지방 출신의 한족인 A씨임을 통보받았다.

부패하지 않고 남은 지문이 이 여성이 입국 당시 찍은 지문의 모양과 일치한 것이었다.

이틀여 만에 부패한 시신이 외국인임을 밝혀낸 경찰은 또 이 여성을 안다는 제보자까지 확보했다.

피해 여성은 중국 남부 출신의 23세 여성으로 지난해 10월 7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했다.

이후 체류 기간인 30일을 넘기도록 출국하지 않아 불법 체류 신분으로 제주에 지내고 있었다.

경찰은 탐문을 통해 이 여성이 지난해 12월 제주시 내 한 주점에서 일했던 것도 파악했다.

◇ 범인 검거에 어려움 겪는 경찰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과 주점 관계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지난해 연말 연락이 끊긴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다닌 주점 단골이며 연락 두절 시기까지 심야 시간에 만나는 등 연락을 취해 온 한국인 남성 B씨를 18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여성의 신원과 일부 행적이 밝혀지면서 통신기록 등을 통해 이 남성을 찾은 것이다.

경찰은 B씨가 피해 여성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부를 묻고 야간에 개별적으로 만나는 등 여러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 사건 관련성을 추궁했다.

B씨는 피해 여성과의 관계와 사건 전후의 행적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데다,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했다.

경찰은 결국 20일 0시 그를 귀가시켰다.

경찰은 B씨의 차량과 옷, 컴퓨터 등에 대한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 남성의 연관성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용의자가 아니더라도 사건을 풀 단서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 인력은 24일 현재 서귀포경찰과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주동부·서부경찰 형사 등을 더 증원했다.

제주시 아라1동 제주지방경찰학교에 전담팀도 마련했다.

경찰은 남녀 간 애정 문제와 채무 관계, 유흥업계 내부 문제 등 다양한 범행 동기를 놓고 다각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A씨의 정확한 사망 시기를 밝히려고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A씨의 옷가지 등에서도 다른 이의 DNA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한국에서 개통한 휴대전화가 다른 사람 명의의 별정 통신사의 것이어서 기록을 살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끊긴 위치를 파악, 주변에 탐문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이 발견된 평화로 주변 폐쇄 회로(CC) TV의 녹화 화면 등 여러 가지 자료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특정할만한 자료를 축적하는 중"이라며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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