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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 주름잡는 한상> ⑥상파울루 조순 이사(끝)

송고시간2016-04-24 20:42

30년 전 이민해 브라질서 성장…굴지 기업 라닥그룹 일군 40대 CEO"브라질 경제 사정 나쁘지만 곧 회복되니 지금 IT 분야에 진출하세요"

(울산=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RADAC. 이사 조순. 알베르토 조'. 24일 브라질에서 온 라닥그룹 조순(41) 대표가 건넨 명함이다.

왜 '대표'가 아니고 '이사'일까?

그의 답은 뜻밖에 단순했다. "브라질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브라질 정서는 젊은 사람이 '대표',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 거리감을 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조 이사는 22∼24일 울산광역시 롯데호텔과 울산과기원(UNIST)에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열리는 제18차 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가하고 있다. 70개국 142개 지회를 둔 월드옥타에 회원 가입 후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다른 회원들보다 하루 늦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를 거쳐 23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울산에 왔어요.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회원들과 교류하기 위해 달려왔답니다. 오늘 저녁에 서울에 올라가 묵은 뒤 홍콩과 중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30일 브라질에 갑니다."

그는 매월 빡빡한 스케줄로 해외 출장을 다닌다. 비행기 탑승 마일리지가 1년에 20만에 이른다. 여러 항공사의 '밀리언 마일' 고객이다.

"재미있잖아요. 계획했던 일이 잘 진행되면 기쁨이 두 배랍니다. 물론 100개 중에 1∼2개를 이루지만 성취감은 대단합니다. 특히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어요."

일을 재미로 아는 이 청년은 브라질에서 무슨 일을 할까?

조 이사는 종합상사 '시드멕스'(SIDMEX), 물류회사 '인피니트'(INFNIT)를 산하에 둔 라닥그룹의 CEO다. 본사는 상파울루에 있고, 리우데자네이루 등 브라질에 7개 지사를 두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도 지사를 차렸다.

지금은 브라질 경기가 최악이라 급격한 환율 변동 때문에 지난해 2억 달러(약 2천287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정점을 찍었던 2011년과 2012년에는 6억 달러(약 6천861억 원)를 기록했다.

2003년 창업 후 10여 년 만에 브라질 100대 기업에 진입했고, 무역업계에서는 10위 안에 들어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철강·화학 업계의 한국 대기업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 기업들과의 연간 거래액은 3천만 달러(약 343억5천만 원) 정도다.

"정치 불안하죠. 원자재 가격의 폭락으로 경제 상황은 악화하고, 올림픽 개최 이후 경제는 더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브라질은 현재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상황이 매력적입니다. 성공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경제는 성장 주기가 있어요. 4∼5년 불황기가 있으면 다시 성장기로 접어듭니다. 브라질에서 30년 산 경험으로 볼 때 곧 회복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투자하고 있어요."

브라질 한인 가운데 무역업계에서는 단연 돋보이고, 비즈니스 감각도 탁월한 이 청년의 삶이 갈수록 궁금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따라 브라질에 이민했다. 현지에서 초·중·고교를 마쳤고, 1994년 명문인 가톨릭대(PUC) 상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가면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싫었다. 여행비 마련을 위해 이른바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장난감, 청바지, 원단 등 필요한 물품을 주문받아 한꺼번에 사들여 되파는 형식이었다.

돈 벌어 여행하느라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즈음, '도대체 공부를 잘하면 무엇을 하게 될까'를 놓고 고민했다. 자신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대학 졸업해 취직하고, 괜찮은 여자 만나 결혼해 아이 낳고, 집 사고…. 손가락을 펴서 헤아려보니 정말 답이 안 나오더군요. 빨리 성공하고 싶은데, 공부만 해서는 잘살 수가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장사했어요. 그때 이후 공부는 중도 포기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는 보따리 장사로 돈을 벌어 쓰고 싶은 대로 썼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그래서 더 큰 사업을 펼쳐보고자 장사를 때려치우고 한인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조직 생활을 통해 회사 경영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물류, 세법, 무역 시스템 등을 배웠다.

'이제 창업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 시점이 입사 4년차였을 때다.

2002년 10월 사표를 던지고 5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2003년 3월 친구(여인진)와 함께 '시드멕스'를 창업했다. 원사, 원단, 철강, 화학, 자동차 부품 등의 원자재를 브라질 시장에 유통시켰다. 초창기는 500만 달러(57억1천750만 원)의 매출에 그쳤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시드멕스 창업 3년 만에 물류회사의 필요성을 느껴 인피니트를 창업했다. 두 회사는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성장 엔진을 달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은 그를 주목해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울산 대표자대회에서도 그는 인기 스타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알아보고는 악수를 청했다. 그는 머리를 깍듯이 숙이며 인사했다.

그는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자리가 없어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기 때문이란다. 지금 그것에 맞는 사업이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라닥그룹에는 2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조 이사는 브라질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과 해외에 나가고 싶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지금 같은 안 좋은 시기에 브라질에 진출하세요. IT 분야가 유망합니다. 제품은 당연히 많이 알아야 하지만 먼저 브라질 문화를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브라질은 한국처럼 박진감이 넘치게 돌아가는 나라가 아닙니다. 서두르지 말고 그들을 이해하십시오. 브라질이 느린 것이 아니라 한국이 빠른 것입니다. 청년 여러분, 해외를 겁내지 마세요.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달리면 부산이잖아요. 해외도 그 시간보다 그렇게 멀리 있지 않습니다. 가깝게 여기고 많은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배우기를 바랍니다. 대기업 취직에 목을 매달고 도서관 한구석에서 청춘을 날려 버리기에는 너무 인생이 짧습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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