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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고구려 기상·선진기술 전한 '1천300주년 고마군'

송고시간2016-04-23 14:00

고구려 왕자 약광, 716년 흩어진 유민 모아 일본에 마을 건립메이지유신 이후 격하됐다가 지명 사라져…약광 모신 '고마신사' 명맥 이어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히다카=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 내 고구려 마을인 '고마(高麗)군' 창설 1천3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23일 고마신사의 모습. 고마군과 약광을 기리고자 2010년 6월 결성된 고마약광회는 이날 행사에서 약광이 일본으로 건너온 고구려 유민들을 모아 고마군을 만들었다는 '속일본기' 내용을 비문으로 적은 기념비를 공개했다. 2016.4.23
eun@yna.co.kr

(히다카=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 평범한 일본 지명이 붙여진 이 지역에는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고구려의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아들 약광을 기리는 '고마(高麗)신사'다.

왜 일본에서 타국의 왕자를 신으로 모시는 것일까?

◇ 척박한 일본 땅을 개척한 약광, 신이 되다

히다카시의 옛 지명인 '고마군'에 그 답이 있다.

고마군을 우리식으로 읽으면 고(구)려군으로, 고구려인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라는 의미다.

한반도에서 삼국(고구려·백제·신라)의 패권 다툼이 신라 쪽으로 기울 즈음인 666년 고구려 왕자인 약광은 사절단으로서 일본의 최초의 통일정권인 야마토(大和) 조정에 파견됐다.

약광은 이곳에서 국가의 위기를 타개할 방책을 도모하고자 했지만, 668년 고구려가 멸망하면서 두 번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고구려 멸망을 전후해 일본에는 새롭게 정착할 땅을 찾고자 바다를 건너온 고구려인이 상당히 많았다.

고구려 유민은 일본 각지에 정착했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선진 기술을 전해주는 이들이 고마운 존재였고 일본 조정은 약광에게 '왕'(王)이란 성씨와 함께 직책을 부여했다.

그리고 716년 7개 지역에 나눠 살던 고구려인 1천799명이 지금의 히다카시로 이주하면서 고구려 마을, 즉 고마군을 설치했다.

약광은 척박한 이곳을 개척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약광이 세상을 떠나자 마을 주민들은 약광의 덕을 기리고 고마군의 수호신으로 받들고자 고마신사를 세웠다.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여파로 1896년 고마군을 폐지하고 우리나라로 치면 읍·면 단위의 작은 마을 단위로 격하했다가 1955년 히다카로 지명을 바꿨다.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히다카=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 내 고구려 마을인 '고마(高麗)군' 창설 1천3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23일 고마신사의 모습. 고마군과 약광을 기리고자 2010년 6월 결성된 고마약광회는 이날 행사에서 약광이 일본으로 건너온 고구려 유민들을 모아 고마군을 만들었다는 '속일본기' 내용을 비문으로 적은 기념비를 공개했다. 2016.4.23
eun@yna.co.kr

이 탓에 고마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지만, 고마신사는 아직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창설 1천300주년 '고마군'…한일 우호의 초석 되다

올해로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을 맞아 23일 찾은 고마신사는 1천300주년 기념행사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행사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촌 동생인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1954∼2002)의 부인 히사코(久子) 여사를 비롯해 하세 히로시(馳浩) 일본 문부과학상(교육장관), 야가사키 테루오(日高) 히다카 시장과 여러 일본 정치인이 참석해 현지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임을 짐작게 했다.

지역신문인 '사이타마 신문'은 이날 행사를 4면에 걸쳐 소개했다. 고마신사의 역사와 유흥수 주일한국대사의 기고 등이 실렸다.

현재 고마신사는 약광의 후손인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가 제60대 궁사(宮司·신사의 최고 책임자)로 있다.

신의 자손이 대대로 궁사를 맡아오는 일은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고마 궁사는 사이타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에게 고마군을 알릴 기회가 생겨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념사업이 고마군과 다른 지역 간 교류를 활발히 해 지역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다카시는 오는 5월과 6월에도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고마약광회'가 주축으로 만든 기념비 제막식도 함께 진행됐다.

기념비에는 '서기 703년 4월 4일, 종5위하 고려 약광에게 왕성(王姓)을 내리다. 서기 716년 5월 16일 스루가(駿河), 가이(甲裴), 사가미(相模), 가즈사(上總), 시모우사(下總), 히타치(常陸), 시모쓰케(下野) 7개국의 고려인 1천799명을 무사시(武藏)국에 이주시킨 게 고려군의 시초다'라고 쓰였다.

이 비문은 일본의 고역사서인 '속일본기'에 담긴 내용을 옮긴 것이다.

고마약광회 김영진 이사장은 "약광은 일본의 농업기술을 크게 끌어올린 인물"이라며 "최근 한일 정세가 조금 미묘한데 양국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 전체가 사이좋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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