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송고시간2016-04-24 08:00

7.0 규모엔 저절로 데구루루…혼비백산했던 안전체험관 도전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호텔 객실 침대가 헹가래 치듯 흔들렸다…. 몇 분마다 한 번꼴로 땅을 흔든 여진은 그 자체도 무서웠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두렵게 느껴졌다."

지난 16일 새벽 일본 구마모토시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을 직접 경험한 연합뉴스 특파원의 말입니다. 20일엔 일본 도쿄가 규모 5.6의 강진으로 또 한 번 땅이 흔들렸습니다. 에콰도르에서는 16일 규모 7.8, 20일엔 6.1의 강진이 발생하며 500명 이상이 사망했죠.

'불의 고리'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지진의 공포에 떠는 요즘, 우린 어떨까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진 않은지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지진을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실제로 내 발밑에 땅이 흔들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또 대처법은 무엇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2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3

21일 오전 서울 보라매 안전체험관을 찾았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운영하는 이곳엔 실내, 실외 등의 가상공간에서 진도별로 지진을 느껴 볼 수 있는 체험관이 있습니다. 봄비가 제법 굵게 내리는 날임에도 방문객들로 붐빕니다. 최근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군요. 10여 명의 유치원생이 취재진을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우와~ 오늘 방송국 왔다!"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이후 시민의 행동 패턴은 이렇습니다. 실내에서 지진을 감지하고, 계단이나 비상구 등을 통해 빠져나가 실외에서 여진에 대응하는 것이죠. 이 순서 그대로 체험해 보겠습니다.

먼저 실내 체험관. '가볍게' 진도 3.0으로 시작해 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정도면 실내에 있던 일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1월 6일 경상북도 김천시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와 같습니다. 크게 요동치진 않네요. '별것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모 4.0에 들어서자 발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집니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과 비슷한 정도랄까요? 예민하지 못한 성격 탓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괜찮은데요, 아직?" 호기롭게 체험 담당관에게 말해 봅니다. "이제 슬슬 올라갑니다." 레벨을 올리겠다는 담당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듯 들렸습니다.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4

이제 5.0 규모입니다. 위아래, 좌우로 바닥이 요동칩니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버텨 봤으나 쉽지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고 지진 강도와 맞먹는 수치입니다. 1980년 1월 8일 평안북도 서부 의주 지역에서 생긴 규모 5.3의 지진이 그것입니다. 집기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썩거립니다. 선반에 올려놓은 인형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에콰도르 지진의 강도와 비슷한 6.0 규모에 들어서자 몸 가누기가 어렵습니다.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한 다음 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다리가 떨리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머리에 방석을 이고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세요"라는 긴급 방송을 들을 겨를이 없네요. 집기들이 떨어집니다. 플라스틱 용기인데 몇 개가 두 조각이 났습니다.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5

7.0.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지진 중 최고 강도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지방이 많이 붙은 옆구리 살이 파르르 떨립니다. 자세가 절로 낮아집니다. 쪼그려 앉았는데도, 몸이 기우뚱하면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굴렀습니다. '큰일 났구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듭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릇 등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어이구'…. 곡소리가 절로 납니다. 1분 남짓한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지진이 멎으면 재빨리 건물을 벗어나야 합니다. 실내에서 나와 붕괴 탈출 체험관에 도전합니다. 복도를 빠져나갑시다. 지진이 일어났으니 외벽은 무너졌고, 곳곳에 땅이 움푹 팼습니다. 연기도 자욱합니다. 전기는 들어오지 않으니 사방이 어둑어둑합니다. 붕괴 현장에서는 손이 곧 눈입니다. 자세를 낮추고 왼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한 발씩 나아갑니다. 군 복무 시절 야간 침투작전 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6

실외입니다. 진도 5.0 규모의 진동이 느껴집니다. 이미 실내에서 내공을 쌓은(?) 터라 두렵진 않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방석이나 점퍼 등을 머리에 덮어씁니다. 벽에 붙는 것은 금물입니다. 붕괴 위험이 있거든요. 시선은 하늘을 향하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낙석 등에 대비합니다.

<디지털스토리> '나 떨고있니?'…일본·에콰도르 강진 모의체험 - 7

촬영을 위해서 이렇게 10번을 넘게 흔들리는 바닥에서 보냈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두통과 함께 속이 메슥거립니다. 김창호 안전담당관은 "지진 체험을 오래 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증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단단한 땅에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shlamazel@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