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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에 물든 '최대 안보단체' 향군…"특단의 조치 필요"

송고시간2016-04-22 15:13

검찰, 작년 회장선거 출마자 3명 압수수색…향군 해체론까지 나와

檢, 향군회장 후보 3인 압수수색
檢, 향군회장 후보 3인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올해 임기를 시작하는 제36대 향군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3인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 모습. 2016.4.22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검찰이 22일 재향군인회(향군) 회장선거 입후보자 3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을 하면서 향군 회장선거 과정에서 만연한 부패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향군의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향군을 해체하고 원점에서 다시 세우는 수준의 고강도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이날 제36대 향군 회장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3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자료,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향군 주요 직위자가 이들 3명이 작년 4월 제35대 회장선거에서 유권자인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지 23일 만이다.

이들 3명은 작년 회장선거에도 후보로 출마했고 당시 선거에서 회장에 뽑힌 조남풍 전 회장은 부정선거를 포함한 비리 혐의로 작년 말 구속기소 돼 올해 1월에는 향군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해임됐다. 이번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후보 3명은 금품수수가 만연했던 작년 회장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에 향군을 바로 세울 차기 회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훈처는 이번 회장선거에 출마한 후보 5명 가운데 3명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선거 일정을 중단시킨 상태다.

검찰이 이들 3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단서를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군 회장선거가 금품수수를 비롯한 부패에 얼마나 물들었는지는 조남풍 전 회장에 관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바 있다.

조 전 회장은 작년 회장선거에서 전체 대의원 약 38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190여 명에게 10억원 가량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의원 1인당 500만원이 넘는 돈을 돌린 셈이다.

비리에 물든 '최대 안보단체' 향군…"특단의 조치 필요" - 2

향군 내부에서는 작년 회장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라면 당선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돈을 뿌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표를 돈으로 사는 것이 사실상 일반화돼 금품수수 없이는 당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체육관 선거'를 연상시키는 듯 380명의 대의원이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돈 선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향군 회장선거 입후보자들이 거액의 금품을 뿌려가면서 당선에 혈안이 됐던 것은 향군회장이 누리는 막대한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향군회장은 여객수송업체인 중앙고속, 코레일 객차 청소업체인 향우산업, 군부대 고철 처리업체인 향우실업 등 10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모두 합해 4천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안보단체'로 통하는 향군은 회비를 내는 회원만 130만명에 달하고 전국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어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도 만만치 많다.

그러나 조남풍 전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금품 살포로 당선된 향군회장은 정실 인사를 남발해 부실 경영을 했고 그 결과는 5천500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빚더미였다.

보훈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지난달 16일 향군회장이 수익사업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 고강도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혁안을 실행에 옮기고 향군을 재건해야 할 회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 5명 가운데 3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선거도 연기되자 보훈처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향군 일부 회원들은 보훈처의 선거 연기에 반발해 지난 15일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산회 중에 지도부 해임안을 제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향군은 이들의 행동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징계와 고발을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사시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향군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승춘 보훈처장도 지난 21일 서울 모처에서 향군 이사진을 만나 향군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며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향군은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공법단체인 만큼, 보훈처는 향군이 표류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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