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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의 풍진세상> 운명의 여신을 두려워하라

송고시간2016-04-25 07:31

<김종현의 풍진세상> 운명의 여신을 두려워하라 - 2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논설위원 = 이카로스는 전설적 대장장이인 아버지 다이달로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밀랍으로 붙인 새의 날개를 달아주면서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에 날개가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기분에 취해 끝없이 날아오르다 날개가 녹아내리면서 바다로 추락했다.

이는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이지만 역사는 승승장구할 때 절제하지 못해 망한 사례를 무수히 보여준다. 2천200여년 전 지중해 패권을 둘러싼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를 거의 수중에 넣은 한니발이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면 자신은 물론 조국인 카르타고의 파멸을 부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초한(楚漢) 전쟁에서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뒤덮을 위용으로 몰아쳤던 항우가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면 건달 유방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럽의 패권을 잡고 스스로 머리에 황제의 관을 올린 나폴레옹이 러시아까지 수중에 넣겠다고 무모하게 나서지 않았던들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졌을까. 세계의 4분의 1을 집어삼킨 대영제국이 오만에서 벗어나 식민지 현실을 직시했다면 충직한 신민의 나라인 미국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제5공화국과 그 이전 정권의 불행은 권력의 미망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노키아나 대우그룹의 몰락은 경영이 순조로울 때 상황을 오판하거나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 한 탓이다. 한때 세계 최고를 구가했던 우리의 조선사들이 눈덩이 적자로 생사기로에 선 것도 구조조정의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권력인 민의(民意) 또는 민심(民心)도 사고를 쳤다. 2천400년 전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당시의 민심이었다.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 501명 가운데 361명이 사형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의 죄목은 젊은이들의 영혼을 타락시킨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아테네 민주주의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히틀러를 권좌에 올린 것도 민의였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민심을 업고 등장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흐를 가능성이 큰 민주주의를 혐오했다.

세상의 영혼을 지배하는 종교 권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던 알렉산데르 6세 등 일부 교황은 머리에 성스런 삼중관을 썼을 뿐 영토와 재물, 살육, 성욕에 탐닉한 사악한 권력자들이었다. 성직과 면죄부 매매는 우아한 악행이었다. 고려시대 불교의 타락은 나라의 종말을 재촉했다. 조선시대 유교 도그마의 광기는 기독교도에 대한 잔혹한 학살로 나타났다.

권력자들이 독선에 빠져 나라를 말아먹고 민초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아둔의 행진은 동서고금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모습을 신물 나게 지켜본 17세기 스웨덴의 정치가 악셀 옥센셰르나 백작은 자식에게 이렇게 유언했다고 한다. "아들아, 이 세상을 얼마나 하찮은 자들이 다스리는지 똑똑히 알아두거라."

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그것을 차지한 개인이나 집단이 삼가고 겸손하면 국리민복을 가져오지만, 거기에 취하면 자해의 흉기가 될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부패와 폭주가 내장된 권력의 독을 다스리지 못하고 쓰러져간 바보들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최근 브라질 정권의 혼미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스나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주인공들에게는 파멸을 부르는 '비극적 결함'이 있다. 오만, 탐욕, 질투, 정염 등이다. 그 결함은 결정적인 순간에 악마처럼 운명을 집어삼킨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반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우리 정치권과 권력기관, 대기업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의회 권력의 과반을 구가했던 여당의 최근 '참사'는 잘 나갈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다수당이 된 야당 지도자들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었다. 어떤 이들은 대권이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럴 때 오버하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 승리한 건 맞지만, 어느 당도 과반을 얻지 못한 선거 결과를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 모든 것을 민심이라고 호도해서도 안 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국민'을 끌어들이는 아전인수는 결국 파탄을 부르게 된다. 분출하는 힘과 분노를 제어해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욕심을 억눌러야 한다. 나만이 옳다는 독선도 버려야 한다. 그럴 때 비극을 부르는 운명의 여신은 꼬리를 내릴 것이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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