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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 남은 을지로 골목 구석구석 '을지유람' 해보자

송고시간2016-04-18 10:30

둘째, 넷째 토요일 90분 무료 투어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 노가리골목, 공구거리, 조명거리 등 코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서울 도심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1970∼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나는 공간. 을지로 골목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좁은 길에 오래된 맛집과 우리나라 근대화 흔적이 보이는 가게들이 촘촘히 모여있다. 옛날 간판이 낯선 느낌을 주는 장소, 서울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중구는 18일 을지로 해설가와 함께 골목길 구석구석을 다니며 속살을 들여다보는 '을지유람' 프로그램을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 운영한다고 밝혔다.

을지유람은 구민 해설사 안내를 들으며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 원조녹두, 노가리골목, 양미옥, 공구거리, 조각거리, 조명거리를 둘러보는 코스다.

을지로 골목에 들어와 활동하는 청년 디자인, 예술가 작업장도 들러 공방 체험을 한다.

90분 코스로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로 운영된다. 중구 홈페이지(www.junggu.seoul.kr)에서 신청하면 되고 무료다.

을지로는 서울시청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2.7㎞ 도로다.

옛 정취 남은 을지로 골목 구석구석 '을지유람' 해보자 - 2

◇ 도기·타일, 공구거리 등 을지로 산업 = 3개뿐이던 타일가게는 한국전쟁 후 도시 재건을 하며 급격히 늘어나 현재 140개가 넘는다. 을지로 3가에서 4가까지 조명거리에는 조명가게 210여개가 모여있다.

청계천 수표교∼관수교 남단 350m에는 공구상 530여개가 있다. 설계도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공구 종가'다. 도면을 들고가면 그 자리에서 부품을 깎아 물건을 만들어준다. 을지로 공구상은 1961년 청계천 복개 후에 자리잡기 시작해 월남전으로 특수를 맞았다.

공구거리 주변은 산업근대화 모습을 볼 수 있어 영화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조의석·김병서 감독의 '감시자들'도 이곳이 배경이다.

옛 정취 남은 을지로 골목 구석구석 '을지유람' 해보자 - 3

공구거리에는 빠우, 빠킹, 로구로, 잔넬 등 낯선 말들이 가득하다. 영어와 일본어 단어들이 들어와 우리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가령 '빠우'는 '버프(buff)'에서 온 말로 금속 표면을 매끄럽고 광이 나도록 연마제를 바르고 문질러 광택을 내는 작업이다. '빠킹'의 어원은 '패킹(Packing)'으로 고무나 금속으로 만들어 이음매나 틈새에 물이나 공기가 새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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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역과 중구청 사이인 창경궁로 일대에는 조각금형 점포 360여개가 집중돼있다. 유통 중심인 을지로 다른 산업과 달리 조각금형은 제조 중심으로, 자체 생산이 80%가 넘는다.

1㎜도 안 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 만들던 숙련가들이 아직도 활동 중이다. 지금은 시대 변화에 맞춰 3D 프린팅을 활용한 금형설계를 도입해 거듭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을지로3가역 인근 '송림수제화'는 지난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1936년 송림화점으로 문을 연 뒤 4대에 걸쳐 운영 중이다. 석고로 발모양 본을 떠 맞춤 제작하는 곳으로, 한국전쟁 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우리나라 첫 등산화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 골목마다 저렴한 전통 맛집 = 을지로 상권이 활발했던 시절부터 상인들과 전국에서 찾아온 고객들이 즐겨 찾던 맛집에는 세월의 맛까지 더해졌다.

'원조녹두'는 맛 좋고 저렴한 전을 판매하고 '양미옥'은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한 양과 대창 전문점이다.

'통일집'은 1969년 개업해 2대째 을지로 공구상가 골목을 지키고 있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변함없는 맛으로 인기다. 질 좋은 암소한우의 등심 단일 메뉴를 판매한다.

설렁탕집으로 유명한 이남장, 군만두로 유명한 오구반점, 평양식 냉면으로 이름난 을지면옥, 돼지갈비 참맛을 보여주는 안성집, 순댓국과 머리 고기를 파는 전통아바이순대 등도 투어 코스에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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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퇴근 후 노가리를 씹으며 하루 노고를 털어내는 '노가리골목'은 서울미래유산이다. 호프집에서 야외에 꺼내둔 테이블에 앉으면 바로 인원수대로 노가리와 생맥주가 나온다.

노가리 골목 시작은 을지OB베어이고 두 번째는 뮌헨호프다. 만선호프는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해서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별칭이 있다. 현재 노가리 골목 맥주집은 13곳이다.

1960년대 말에 본격적으로 형성된 을지로 골뱅이골목도 밤이면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구멍가게에서 골뱅이 통조림에 쥐포를 찢어 넣고 양념을 해서 안주로 내놓던 것이 발전해 골뱅이무침 식당이 됐다. 같이 주는 달걀말이는 무료 리필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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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로에 청년들이 돌아온다 = 을지로에는 빈 점포 6곳에 8개 청년팀이 들어와 예술 활동을 한다.

서울 중구는 을지로 산림동 빈 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주는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들은 버려진 자전거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거나 을지로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활동을 한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을지로는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 역사를 바꾼 산업일꾼들의 흔적이 많이 남은 곳"이라며 "을지유람으로 을지로의 멋을 느껴보고 도심재창조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을지로 일대 산업이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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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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