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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까지 장애인 외면하자 강남 주부는 투사로 변신(종합)

송고시간2016-04-18 09:41

장애아동 인권운동가 김남연씨 “정치인들 주민 눈치보기 급급”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애인에 대한 싸늘한 인식 불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서울 강남에 거주하며 학원을 운영하던 김남연 씨는 작은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집 근처 유치원 일곱 군데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강남의 번듯한 유치원들은 1급 자폐아인 윤호 군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장애아동을 가르칠 환경도 안 될 뿐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이 싫어해 어쩔 수 없다고 원장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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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강남구청을 찾아가 호소해 봤지만 별다른 수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집에서 좀 떨어진 동작구에 한 해에 한 명의 장애아를 받는 유치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통사정한 뒤에 겨우 윤호 군을 입학시켰지만 1년 뒤에는 송파구의 또 다른 유치원을 찾아 옮겨야 했다.

현실에 절망한 그는 학원 운영을 접고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을 규합해 모임을 만들었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12년이 흘렀다.

아들 윤호군은 여전히 1급 자폐아지만, 김 씨는 안온한 일상을 살던 강남의 중산층 주부에서 장애아동 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지금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과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장애인 학부모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이들의 목소리를 조직화해서 정부와 지자체,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병X새X 낳은 병XX들이 병X 짓거리하고 있네."

"차라리 쓰레기 처리장이 낫지 발달장애인 시설은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못 들어온다."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시설 공사를 가로막은 일부 주민들이 내뱉는 날 선 말들은 김 씨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제대로 된 환경과 보호 없이는 '사람 구실'조차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한 엄마, 아니 강한 투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에는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시설을 건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8살이 된 아들 윤호군은 신호등의 적·청신호도 구별하지 못하는 중증 자폐아라서 이 시설이 다 지어지더라도 자격이 되지 않지만, 김 씨는 이번에도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이 학교의 빈 시설을 이용해 건립하려던 직업능력개발센터는 일부 주민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공사가 기한 없이 표류했다.

주민 일부는 공사 차량을 가로 막고 현장에 드러눕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6월 말에는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조희연 교육감으로부터 받아냈지만, 또 언제 어떤 일로 공사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늘 있다.

"동대문구에는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어요. 인근 중랑구와 성동구도 마찬가지죠.. 주위에 장애학생이 다니는 시설이 있으면 장애인이 그리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너무 안타까워요."

시설 건립을 위해 뛰던 도중에는 '장애인 애들이 있으면 집값 떨어진다'거나 '마흔이 다된 정신지체 장애인이 학교로 들어와 성추행 등 몹쓸 짓을 하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낭설이 떠돌기도 했다.

작년 11월에 성일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설명회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장애인 가족들이 단상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호소했지만,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무릎을 꿇고 맞서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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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때나 지금이나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여전히 사람들은 장애인이 주위에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갈 길이 멀죠."

20대 총선이 끝났는데 정치인들이나 정부에 바라는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지역구에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에게 장애인 교육시설은 그저 피하는 것이 상책인 주제이기 쉽다.

김 씨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표 떨어지는 문제'로 여겨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대변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지역주민의 반대가 있어도 있을 것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여 주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하지만, 정치권과 당국의 '호의'를 기대하기 보다는 직접 행동을 하는 것이 김 씨에게는 익숙한 일상이 됐다.

그는 오늘도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크고 작은 민원 전화를 들어주며 직접 집회와 항의방문 일정을 짜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잘 바뀌지 않네요. 장애인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에요. 보호해주고 지지해줘야지요. 차가운 시선이 따뜻해질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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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발달장애인법')이 여러 난관을 딛고 2014년 5월 제정돼 작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지자체에 발달장애인의 교육, 직업생활, 문화·여가 활동을 위한 환경 개선 의무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법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자체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을 지정해 운영해야 하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직업재활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발달장애인의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을 지원할 시책도 마련해야 한다.

제도는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인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12년 전과 비슷하다는 김 씨의 일갈이 36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계속 귓전에 맴돌았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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