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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제주 중앙지하상가 관리운영 정상화 이견

송고시간2016-04-18 09:00

상인 "일반재산 전환, 양도·양수 허용" vs 시 "사회문제 야기, 안돼"안전진단 따른 '전기·제연설비' 개선사업 지연…시민 안전확보 차질

제주 중앙지하상가서 쇼핑하는 유커[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중앙지하상가서 쇼핑하는 유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가 시작된 2월 18일 제주시 중앙지하상가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 쇼핑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중앙지하상가의 불법 전대와 양도·양수 등에 대한 해법을 놓고 시와 상인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제주시는 중앙지하도상가가 공유재산 중 행정재산에 속하므로 양도·양수를 제한한다는 입장이고, 상인 조합은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으로 변경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 양도·양수를 허용해달라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지하도상가의 낡은 전기설비와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제어하는 제연설비를 개선하는 공사가 중단돼 상인과 시민 안전 확보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 중앙지하도상가 어떻게 개발됐나

제주시 옛 시가지 중심부에 있는 중앙지하도상가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됐다. 민간이 건설을 완료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일정기간 동안 관리운영권을 받아 사용자 이용료로 수익을 내는 민간 투자 사업이다.

중앙지하도상가 가운데 중앙로 구간은 1983년 11월에 완공됐다. 동문로터리 구간은 1987년 10월, 관덕로 구간은 1990년 9월에 각각 준공됐다. 개발업체인 미화개발은 각 구간의 소유권을 준공과 동시에 제주시에 이관하고 구간별로 20년씩 관리운영권을 확보했다. 총 382개 점포의 평균 면적은 10㎡ 내외다.

시는 각 구간의 무상 사용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기존 개발업체와 수의계약을 해 위탁관리를 했다. 마지막 완공된 관덕로 구간 무상 사용기간이 만료되자 3개 구간을 한꺼번에 관리할 업체를 공모했다.

2011년 1월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하 중앙지하상가조합)을 위탁관리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3년 뒤인 2014년 1월 위탁관리 기간이 끝나 재입찰을 했으나 신청 업체가 없어 현재까지 중앙지하상가조합이 위탁관리하고 있다. 위탁관리 기간은 2017년 4월까지다.

◇ 제주도, 중앙지하상가 관리 체계 강화

제주도는 2009년 8월 '제주특별자치도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 11월 일부 개정했다.

현행 조례를 따르면 점포를 임차할 때 도지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임차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도지사에게 연고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경쟁입찰을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도지사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제9조를 준용해 점포 임대기간은 1년이다. 임대료는 경쟁입찰에 의해 낙찰된 금액을 내면 된다. 수의계약 건은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 따라 도지사가 정한다.

임차권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다만, 재난·재해로 인한 사망 등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해 영업이 불가능 한때는 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아 양도할 수 있다. 지역상권의 발전과 금융권의 안정을 위해 채권자의 요구가 있을 때, 지하상가상인회 임원회에서 심의 결정해 지하상가상인 회장이 요청한 때도 양도·양수할 수 있다.

제주시-중앙지하상가상인회 공동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시-중앙지하상가상인회 공동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9월 22일 김병립 제주시장과 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사장이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중앙지하상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차권의 양수인 또는 상속인의 임대차기간은 계약기간의 나머지 기간으로 한다. 임차인은 임차한 점포를 어떤 상황에서도 제3자에게 빌려주지 못한다.

도는 1차 개정에도 운영상 미비점이 있다며 지난 1일 2차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하도상가는 행정재산인 점을 고려해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아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적용하기 위함이다.

개정안은 지하도상가 점포에 대한 임대 및 계약 등에 대한 개념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사용·수익허가로 명확히 했다. 점포 임대차 계약기간(사용·수익허가 기간)은 5년으로 늘렸다. 사용권 제3자 양도는 '다른 법률에서 상속인에 대한 양도가 가능한 경우'로만 한정했다.

도는 21일까지 입법 예고를 끝내고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뒤 조합과 대화해 최종안을 확정, 내달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상가 조합 "일반재산 전환, 양도·양수 허용"

중앙지하상가조합은 행정재산인 지하상가를 일반재산으로 전환해 양도·양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반재산은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하거나 사권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권을 얻은 상인이 중대한 질병에 걸린다거나 그의 직계 가족이 병을 앓아서 병간호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사용권을 팔아서 병원비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사를 하다가 부도가 났는데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항변한다. 이처럼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행정 당국의 승인을 거쳐 양도·양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합은 전국 14개 도시에 78개의 지하상가가 있고 그 가운데 서울과 대전, 인천은 승인을 통해 양도·양수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는 상인이 장사를 하겠다면 죽을 때까지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상가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민간위탁 공개입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합의 양승석 이사장은 "개정 조례대로 한다면 중대한 질병에 걸려도 죽기 전에는 그대로 장사를 하든지 죽든지 둘 중 한 가지를 해야 한다"며 "아무리 국가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조치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시가 작년 12월까지 양도·양수를 통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인들이 점포 세개가 이어진 30㎡ 점포를 3억원, 5억원씩 주며 들어왔다"며 "이런 부분에 행정은 전혀 책임이 없고 상인들만 잘못했다며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악덕 건물주'의 행태나 다름없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5억원에 점포를 사고 인테리어 비용에 물건값을 더하면 7억∼8억원을 투자했는데 그것을 5년 만에 뽑으라면 도대체 1년에 얼마를 벌어야 하느냐. 상인들이 투자한 돈을 뽑으려면 최소 15년은 걸린다"며 기간 제약 없이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997년에 관리 업체가 부도가 났을 때 17억원을 투입해 냉·난방 시설을 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상인들의 노력을 인정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 제주시 "양도·양수 과도한 권리금 사회적 문제"

조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차권을 양도할 수 없고, 제3자에게 빌려주는 전대 행위도 못하도록 못박았으나 현실은 다르다.

상인들끼리의 불법 전대와 양도·양수가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의 상인이 2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1인 다점포'의 경우도 확인됐다. 지난 2월 말 현재 1인 다점포 수는 79개 점포다.

현재 시가 받는 점포 1개소당 임대료는 연 250만원 정도다. 기존 상인들이 승계 형식으로 계속해서 쓰고 있어 경쟁입찰을 하지 않아 주변 상가에 비해 아주 싸다. 그럼에도 목 좋은 점포는 상인들끼리 수억원에 사고판다.

제주중앙지하도상가 공사 중단 요구[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중앙지하도상가 공사 중단 요구[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8일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양승석(사진 오른쪽) 이사장과 중소기업중앙회 이운형 제주지역본부장이 중소기업중앙회 제주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중앙지하도상가 공사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하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했던 B씨는 "10여 년 전 거래할 때는 목에 따라 권리금만 3천∼5천만원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3칸짜리 점포가 8억원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시는 조합의 '일반재산 전환' 요구에 "사실상 현재까지 일반재산과 같이 운영되며 불법 전대, 양도·양수에 따른 과도한 권리금 문제 등 운영상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모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지하도상가는 지하보도로서 현재 행정재산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재산으로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상가 전체 단위 민간위탁'에 대해서는 공유재산인 지하도상가의 투명성, 공정성,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 점포별 경쟁입찰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상가 전체 단위 입찰은 '담합'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사실상 수의계약과 같아 시민의 공정한 입찰 참여 기회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점포별 입찰만이 전대 행위, 과도한 권리금 문제, 1인 다점포 문제 등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봤다.

◇ 개·보수 공사 반대…시민 안전 확보 차질

2013년 지하도상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천장 내부 각종 전선 등의 노출 및 노후로 화재 위험이 있어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개·보수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조합에 "올해 12월부터 지하상가 전면 개·보수 공사를 시작하며, 공사기간 1년간 상가를 폐쇄하겠다"고는 공문을 보냈다. 기존 상가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같은 해 11월 20일 이후 재계약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조합은 그러자 다음 달 성명을 통해 "상가 임차인들이 배제된 일방적인 개·보수사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8월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상가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권 대출금을 회수하게 되고 사업자등록도 취소돼 조합원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개·보수 이전 상가 재계약'을 요구했다.

시와 조합은 한 달 뒤 공공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구도심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상호협력합의서를 체결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조합은 원활한 공사를 위해 점포 물건 정리 등에 협조하기로 했다. 개별 점포는 1회에 한해 수의계약으로 재계약을 하고, 조례가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데 동의했다. 조례 개정 이후의 계약방법, 유예기간 및 계약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개정된 조례에 따르는 방안도 수용했다. 조합은 조례 개정 이전에 양도·양수, 불법 전대, 1인 다점포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시는 지상부와 지하부로 나눠 공사를 추진하되, 지하부는 다음해 신학기 시즌 이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합은 지난 1월 돌연 "행정재산으로 분류된 지하도상가를 일반재산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서울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가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양도·양수를 차단하는 경쟁 입찰은 상권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월 말 예정인 개·보수 공사는 일방적으로 구간을 나눠 통보했기 때문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하고 "조합이 든 판례는 제주 중앙지하상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도로가 아닌 터미널 지하에 조성된 상가"라며 "여러 상황과 여건이 달라서 비교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조합은 다시 다음날 성명을 내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에서 지하도상가는 지하보행로와 별개의 점포이므로 일반재산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판례문을 제시해도 재산의 성격을 이해 못 하는 공무원들에게 어떤 행정조치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개·보수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안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에 한해 구역, 기간 등 세부사항에 대해 조합과 합의해 추진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달 23일 '중앙지하도상가 지하부 개·보수 안전공사 관련 상가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사는 조례 개정과 무관한 사항인데도 조례 개정과 연계하는 것은 상인과 시민의 안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공사를 5개 구간으로 나누고 주·야간 공사를 해 중앙로 구간은 75일, 그 외 구간은 45일로 최소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그럼에도 다음날 성명을 통해 "지난해 9월 합의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2016년 신학기 이후에 공사한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세부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와 조율을 통해 구축하는 것이었다"라며 일방적 공사 강행을 규탄했다.

시는 예정대로 지상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부 공사는 조합의 요구에 따라 대목인 지난달 28일 이후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상인들이 밤새워 지키며 착공을 막고 있어 아직 못하고 있다. 시는 조만간 조합과 다시 대화할 예정이지만 간격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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