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장애인 일자리 만드는 유도선수출신 전신마비 정덕환씨

송고시간2016-04-18 07:00

"중증장애인도 일하고 세금낼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복지"

에덴복지재단 이사장 "1030 숫자에 삶과 복지 철학 담겼습니다"

(파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장애인이라고 나라에 손만 벌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세금도 내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삶의 회복이고 복지입니다."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을 '시혜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바꾸려 노력해온 정덕환(70)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이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새삼 주목받고 있다. 본인이 1급 장애인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그의 '생산적 복지' 구상이 구상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애인 일자리 만드는 유도선수출신 전신마비 정덕환씨 - 2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신촌리에 있는 에덴복지재단 산하 작업장은 정 이사장이 30여 년간 일궈온 노력의 결실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140여명과 비장애인 60여 명이 분주하게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을 만드는 이곳은 언뜻 보면 장애인 재활시설 같지만, 연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엄연한 작업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임금을 받으며 세금을 내는 근로자이자 납세자다.

"아무리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일자리를 주면 당사자는 꺾인 삶의 의지를 회복하게 됩니다."

지난 15일 들려준 정 이사장의 흔들림 없는 소신이다.

장애인 일터를 일구고 복지 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키려는 정 이사장의 꿈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전신마비 1급 장애인으로서 겪은 본인의 경험이다.

국가대표 유도선수였던 정 이사장은 연세대 재학시설인 1972년 8월 훈련 중 경추 4, 5번 골절상을 입어 혼자서는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전동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하는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 됐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후배들이 메달을 따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정 이사장은 후배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모교인 연세대로 찾아가 유도 코치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정 이사장은 "좌절감에 교정을 내려오면서 전국 곳곳의 장애인이 사회적 역할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설움을 가지고 있겠구나는 생각을 했습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의 깨달음이 30여 년간 일궈온 장애인 일터의 씨앗이 됐다.

정 이사장은 '이화식품'이라는 작은 동네가게를 운영하며 번 돈 500만원으로 1983년 에덴복지원을 설립, 서울 구로구 독산동에 10㎡ 남짓 방을 얻어 중증장애인 5명과 함께 전자부품 조립작업을 시작했다.

집주인의 부도로 건물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수해를 당해 터전을 잃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먼저 이해하고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해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1998년 파주로 이전하면서 어엿한 작업장을 갖추게 됐고 2009년 사회적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11년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 '형원(馨園)을 열었다.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은 장애인 100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고 이중 60명 이상은 중증장애인이어야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형원'은 정 이사장의 호다.

장애인 일자리 만드는 유도선수출신 전신마비 정덕환씨 - 3

30여 년을 쉼 없이 달려온 정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장애인 맞춤형 생산시설인 '행복공장' 출범을 꿈꾸고 있다.

행복공장은 단순한 작업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장애인 맞춤형 설비와 환경을 갖춘 생산 시설을 의미한다.

정 이사장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 장애인 사업장은 중증장애인에게 제약이 많아 완제품 생산보다는 제품 가공 정도로 장애인의 역할이 한정돼 있다"며 "이런 생산 시설은 장애인의 안정적 일터가 될 수 없어 장애인의 힘으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 시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 이사장이 지난해 꾸린 '중증장애인의 평생 일터 행복공장 만들기 운동본부' 출범식에는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운동본부는 현재 온ㆍ오프라인에서 행복공장의 취지를 시민에게 알리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정 이사장과 에덴복지재단은 매년 10월 30일을 장애인 직업 재활의 날로 만들고 기념한다. 10월 30일의 의미를 묻자 정 이사장은 "1030이라는 숫자에 저의 삶과 복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1(일)이 0(없으면) 3(삶)도 0(없다)'

jhch793@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