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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반인처럼 대해주세요"…장애인들의 소망

송고시간2016-04-18 07:00

장애인 편견·오해 여전…여성엔 외모 잣대 더 엄격

직장 내 차별로 '좌절감' 갑절…"평범하게 대해달라"

(전국종합=연합뉴스) 뇌병변 1급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고교생 A(17)양은 엘리베이터 타기가 항상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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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건물을 오르내리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지만 이용할 때마다 매번 마음이 무겁고 눈치가 보인다.

이용이 불편하거나 폐소 공포증이 있어서가 아니다. 주위의 시선 때문이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위아래로 훑어 볼 때면 죄를 짓거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어디를 다쳤느냐', '사고가 났느냐', '아직도 안 나았느냐' 이런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지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며칠씩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지나가면서 한 번씩 툭툭 던지는 질문이지만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똑같은 대답을 되뇌어야 한다.

A양은 "꽉 막힌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면 매번 상처가 된다"며 "그냥 가볍게 인사한다거나, 일반인처럼 대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은 '제36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넓히고, 장애인에게 재활의욕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정부가 제정한 기념일이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가 기념해 오던 것을 1981년부터 정부가 넘겨받아 법정 기념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도 열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고 발 벗고 나섰지만 그들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차별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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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우대와 혜택이 아니다. 그저 똑같은 눈높이로 동등하게 봐 달라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누구보다 열심이지만, 장애를 '수단' 삼아 과도한 혜택만 요구하는 것으로 여기는 삐딱한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춘천 바나바 사랑봉사회 회원 230명 중 90% 가량은 장애가 있어 몸이 불편하거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형편이 넉넉지 않다. 하지만 4년째 누구보다 열심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의 자립을 돕고 있다.

봉사회 회장 나모세(55)씨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도움만 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장애인도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 부담스러워하거나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용란 집행위원장도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차이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은 여성의 경우 더 큰 상처로 다가온다. 여성에게는 더 엄격하게 외모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그릇된 잣대를 들이댄다.

대전 여성장애인연대 전혜련 대표는 "왜 집 밖에 나오느냐는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다"며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여성으로 사는 것은 장애인이라는 것을 넘어 2중, 3중의 고통 그 자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처해 있는데 무관심한 것도 서운하지만 마치 외계에서 온 사람 취급하는 게 더 큰 상처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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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차별도 여전하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됐지만 법정 비율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허다하다는 게 장애인 단체의 공통된 평가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 들어가더라도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장애인을 동료가 아닌 미숙하고 불안한, 돌봐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대상으로 보고, 능력도 평가절하하기 일쑤다. 결국 적응하지 못해 일을 그만둔 장애인은 좌절감에 빠져 단절하고, 다시는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울산장애인부모회 이혜경 회장은 "취업을 했다가 큰 상처를 받고 돌아온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이럴 바엔 우리가 그냥 데리고 있을 걸'하고 자포자기하게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과 일반인은 다른 삶을 살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장 먼저 버려야 평등한 사회가 열린다고 입을 모은다.

송성민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균등하게 교육받고 취업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장애인과 일반인 구분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난나 한국 장애인 부모회 충북지회장은 "과거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뒀다고 숨어 사는 시대는 아니지 않느냐"며 "주변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커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종민·한무선·전창해·허광무·권숙희·김소연·정회성·박영서·최은지·박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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