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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학교 일진'들이 묻었던 타임캡슐 속 얘기들

처벌 대신 1박2일 캠프 다녀 온 학교폭력 중학생 8명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012년은 새해부터 학교폭력에 전국이 들썩이던 해였다.

2011년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후속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전국 학교의 '짱','일진'을 붙잡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같이 일었다.

4년 전 '학교 일진'들이 묻었던 타임캡슐 속 얘기들 - 2

그해 4월 22일 전남 담양의 한 야영장에서는 8명의 중학교 일진 학생들이 땅을 파 작은 병을 그 속에 묻었다.

이들은 학교 안에서는 '패밀리', 학교 밖에서는 '일진회'라는 이름으로 몰려다녔던 속칭 문제아들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학생 26명의 돈, 자전거, 점퍼 등을 빼앗고 폭력을 휘둘렀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온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로 떠들썩하자 이들은 당시 직접 경찰서를 찾아왔다.

경찰은 제발로 온 이들을 처벌하기보다는 계도하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 1박 2일 선도 캠프로 데려갔다.

캠프에는 강력팀 형사들과 부모도 함께 했다.

이 캠프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성인이 된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타임캡슐 안에 담아 야영장 인근에 묻었다.

아이들은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어느덧 형이자 삼촌이 된 강력팀 형사들과 나중에 함께 타임캡슐을 꺼내자고 약속했다.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만나자고 했지만 세월은 약속을 희미하게 지워갔다.

땅속에서 잊혀지던 타임캡슐은 1박 2일 캠프를 기획하고 이끈 당시 학교폭력 담당 강력팀장인 광주 북부경찰서 김영래 경위의 손으로 4년 만에 다시 빛을 봤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적은 편지에는 "너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이다"고 마음을 다잡고 꾹꾹 눌러쓴 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 공부! 공부!를 하겠다"고 적은 성공의 다짐.

"뭐가 되었니?, 지금은 정신 차렸니?, 학교는 잘 다녔니?"라고 미래의 자신에 던지는 물음 등이 적혀있었다.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는 "학교는 안 다니더라도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라는 바람.

"이제는 착한 일을 해 경찰관 형사님들을 만나고 싶다"는 반성과 "몸 아픈 할아버지를 못 돌봐줘서 죄송하다"는 후회 등도 담겨 있었다.

김 경위는 이 편지를 아이들에게 보내기 위해 낡은 수첩을 꺼내 연락했다.

문제아였던 아이들은 이제는 20대 성인이 돼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교를 밥 먹듯 결석하던 3명의 아이는 번듯한 대학생이 됐고, 나머지 아이들도 취업했거나 취업을 준비하며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었다.

김 경위는 "처벌보다는 선도 캠프를 통해 문제아를 계도하려는 시도에 대해 의문과 염려가 많았다"며 "캠프 이후 도서관에 다니며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고 당시를 되돌아 봤다.

아이들이 4년 전 철없던 시절에 쓴 편지를 읽고 성인으로서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김 경위는 정성스럽게 봉투를 하나하나 모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다.

pch8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4/1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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