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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담배 피우는 독도경비대?"…국내업계·농가 반발

송고시간2016-04-13 17:53

"군수물자는 자국산 우선" vs 외국담배업계 "군 장병 선택폭 넓어져"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이도연 기자 = 우리 군이 사상 처음으로 PX(국방마트)에 미국과 일본 담배회사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자 국내 담배업계와 엽연초 생산농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군 PX에 공급되는 담배는 총 20종으로, 국방부 국군복지단은 매년 4월 심사를 거쳐 실적이 저조한 일부 품목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품목으로 교체해왔다.

올해 새로 선정된 4종의 담배 가운데 외산담배는 미국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 일본 JTI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등 2종이다. 군납담배 20개 품목 중 10%에 불과하지만, 국산담배가 독점해온 아성을 뚫고 외산담배가 처음 진입했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담배업계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잇따라 국가를 상대로 군대에서도 외산담배를 팔게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며 "독도경비대원들이 일제 담배를 피우면서 독도를 지키는 상황은 국민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계 담배업체인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8일,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납품품목 선정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국방부는 소송이 이번 품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국심'을 강조하는 군의 특성과 비상시 별도 계획에 따라 공급되는 군수물자인 군납담배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의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7년 군 PX 납품담배 선정에 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됐을 당시 한국금연연구소에서 시민 1천6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인 1천54명이 외산담배의 PX 판매에 반대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전시사변 등 비상시 별도 계획에 따라 공급되는 군수물자로서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상 물적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도 군수물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자국산 우선 구매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군과 영국군, 일본 자위대의 경우에도 자국 담배만을 취급하고 있고, KT&G가 미국, 영국, 일본 등 메이저 담배회사가 있는 나라의 군 납품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잎담배를 생산하는 농가 역시 국방부의 결정에 비판적이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국산 잎담배를 전혀 구매하지 않는 상황에서 KT&G의 군납담배 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우리나라 담배농가의 수매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서다.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 서기철 상무는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국산 잎담배 구매를 검토한다고 말만 하고 한번도 구매한 적이 없다"며 "군인들이 피우는 담배에까지 외산담배가 공급된다는 것은 국부유출에 다름없는 데다 KT&G의 잎담배 수매량이 줄어들어 농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들은 최근 국군복지단을 방문해 외산담배의 PX 납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오는 14일 조합장 회의를 소집해 정부와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KT&G가 지난해 매출액의 2.9%인 808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군 관련 사업에도 매년 10억원 안팎의 후원을 하는 반면,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0.02~0.1%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군복지단이 심사 당일 결과를 발표해온 관행을 깨고, 이번에는 발표를 하루 늦춰 총선 당일에 발표한 배경에도 물음표가 찍혀있다.

한편 군납담배 선정에 성공한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군 장병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며 환영하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립모리스 코리아측은 "담배제품에 대해 군 장병들의 다양한 기호가 반영된 결정으로, 더 폭넓은 브랜드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 제품은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인 만큼 외산으로 보기 어렵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외국계 브랜드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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