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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더 힘들어져…한은법 개정 난항 전망(종합)

송고시간2016-04-13 23:22

부작용 논란에 여당 참패로 시행 미지수…한은도 '시큰둥'

한국은행 (CG)
한국은행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대표적인 경제 공약으로 제시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가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3월 말 처음 내놓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이다.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필요한 돈을 투입하자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쓰는 비전통적인 수단으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실시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양적완화를 위해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양적완화 구상이 탄력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 새누리당, 한은법 개정안 발의 가능성

한국판 양적완화는 우리 경제의 큰 현안인 가계 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을 겨냥했다는 게 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가계 부채의 경우 상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인수해 대출 원리금 상환을 20년 장기분할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것으로 새누리당은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신규자금 공급 능력을 확충할 수 있게 되므로 기준금리를 내려도 기대만큼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맞춤형 처방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작정 시중에 돈을 푸는 일반적인 양적완화와 다르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지난 7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20대 국회 개원 후 100일 안에 발의할 공약을 53개 발표하면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포함시켰다.

현행 법령상으로는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은행법 제76조(정부보증채권의 직접인수)는 "한국은행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법을 고치면 정부 보증이 없는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도 한은이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야당이 반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지조차 불투명해졌다.

◇ 양적완화 부작용 등 논란…한은도 부정적 기류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현되려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우선 한은법 개정이 새누리당의 공약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통화당국인 한은의 입장과 경제 상황, 여론 추이 등 다양한 변수가 검토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양적완화가 대기업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여야간 시각차가 극명한 상황이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은법이 개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부정적 기류가 엿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양적완화 요구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행이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상황인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은의 발권력은 위기 상황에서 동원돼야 하고 기업 구조조정 등 특정목적으로 쓰면 남용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적완화는 '최후의 카드'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양적완화가 한계기업의 연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구조조정에 지장을 줄 가능성 등 실물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우선 기업 구조조정이나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원칙이나 방향이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며 "양적완화 등을 통한 자금조달 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령 한은법이 진통 끝에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양적완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양적완화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양적완화 방식에 거부감을 보이면 정책이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기획재정부도 아직까지 양적완화에 그리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의 공약은 존중한다"면서도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권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갈 길이 멀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은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21일부터 활동할 새 금융통화위원 4명에는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1∼2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양적완화가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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