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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 일가족 살해 사건' 10년…생존 소녀의 '홀로서기'

송고시간2016-04-09 06:51

LAT 1면 머릿기사…가족참사 충격 딛고 성장 사연 '심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10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50대 한인 가장의 일가족 살해-자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의 '홀로서기' 과정이 한인 사회에 심금을 울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1면 머릿기사에서 일가족 살해-자살이라는 가족 참사의 충격을 딛고 성장한 김빛나(26·영문명 Binna Kim) 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민 가정의 애환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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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 씨 일가족 살해-자살 사건은 2006년 4월 8일 LA 한인타운 에코파크의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한국에서 이민 온 김상인(55) 씨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부인과 두 자녀에게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부인과 아들(8)이 숨졌고, 당시 16세이던 빛나 씨는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하지만 총상 후유증으로 오른쪽 안면 근육이 마비되고 걷는 데 불편을 겪는 장애를 입었다.

당시 이 사건은 LA 한인사회에서 1주일이 채 안 되는 사이 세 번째 발생한 한인 가장의 일가족 살해-자살 사건으로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주류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사건 배경을 놓고 한국적 가부장제가 낳은 비극, 정신적 불안정, 궁핍한 이민 생활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은 없었다.

정작 빛나 씨도 사건 직후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총을 쏘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남동생에게 총을 겨누던 장면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순식간에 일가족을 잃고 삶의 절망에 빠졌을 때 빛나 씨를 일으켜 세워준 은인은 8학년 때 영어를 가르쳤던 애니 코스탄초 선생님이었다.

코스탄초 선생님은 빛나 씨가 투병 생활을 할 때 정기적으로 찾아가 10학년 영어를 가르쳤고, 삶과 희망을 위해 일기를 쓰라고 권고했다. 코스탄초 선생님은 빛나 씨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늘 곁에서 지켜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빛나 씨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학교에 복귀해 일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총상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점점 자신만의 성(城)에 갇혀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로욜라 프리몬트 대학에 입학하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때도 코스탄초 선생님은 벽을 쌓고 사는 빛나 씨에게 다가가 자신을 사랑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줬다고 한다.

빛나 씨는 코스탄초 선생님의 사랑에 힘입어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됐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빛나 씨는 대학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2012년 졸업 당시에는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꿈이던 뉴욕에서 대학원 진학까지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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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국 친구들을 만날 때면‘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마음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나누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한인 2세들이 1세대 이민자 부모님과의 단절을 얘기할 때마다 가슴속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짊어진 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9일 10년 만에 부모님과 남동생이 묻혀 있는 LA 로즈힐 공원에 꽃을 들고 찾았다. 그녀는 묘비에 새겨진 가족 이름을 보면서 한국말 '그리워'가 떠오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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