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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600마리 '도살범' 사회봉사는 지역일손 돕기

송고시간2016-04-09 09:00

장애인·노약자 돕거나 청소·빨래 등 거들며 열흘 노동


장애인·노약자 돕거나 청소·빨래 등 거들며 열흘 노동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일대에서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잔인하게 죽여 건강원에 팔아넘긴 정모(55)씨는 열흘간 지역사회에 봉사하게 된다. 창원지방법원이 최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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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참혹하게 도살한 정씨에게 동물보호 의식을 일깨우는 봉사활동을 시킬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봉사 명령제가 범죄 종류별 맞춤형 활동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 유예를 조건으로 피고인이 복지시설 등에서 무료로 일한다고만 규정했다. 이 제도는 죄를 지은 사람의 사회 복귀를 돕고 공공복지를 증진하면서 범죄를 예방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통상 법원은 500시간 이내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다.

봉사명령을 받으면 10일 이내에 가까운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신고해야 한다.

보호관찰소는 당사자 특기, 자격, 건강상태 등을 기준으로 일할 장소를 선정한다. 농촌이나 장애인작업장, 보육원, 양로원 등으로 주로 보낸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각종 잡무를 맡는다. 농번기 일손돕기, 사회복지시설 입소자 마사지, 목욕 보조, 밥 짓기, 쓰레기 버리기, 청소, 빨래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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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은 하루 평균 8시간이고 주로 평일에 이뤄진다. 길고양이를 펄펄 끓는 물에 산 채로 넣어 죽인 정씨의 봉사활동 기간은 열흘인 셈이다. 생계 문제 때문에 평일이 어려우면 보호관찰소는 주말도 배려한다.

보호관찰소는 사회봉사 이행 여부를 원격으로 감시한다. 봉사 현장이 보호관찰소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봉사 대상자들의 활동 상황을 불시에 촬영하기도 한다.

사회봉사를 거부하거나 게을리하면 큰코다친다. 형 집행이나 선고유예가 취소돼 다시 구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2015년 전국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1천604명이 구금됐다. 같은 기간 전체 사회봉사 대상자 13만353명의 1.2%다.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하기도 한다. 하루 10만 원씩 계산해 사회봉사로 벌금을 상계한다. 다만, 3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된다.

돈에 눈이 멀어 길고양이를 밀도살한 정씨의 80시간 사회봉사는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는 비난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는 9일 "아무 이유 없이 길고양이 600마리를 죽이기만 했어도 법정 최고형이 모자랄 판에, 산채로 끓는 물에 넣는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고, 사체를 건강원에 팔아 범죄수익까지 챙겼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다"고 비난했다.

자유연대는 이어 "검찰은 즉시 항소해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하라"고 촉구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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