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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화재 원인도 밭두렁 소각…효과 없다는데 왜 태우지?

송고시간2016-04-02 15:26

'해충 박멸' 핑계 옛말…고령화·인력부족으로 잡초 제거 엄두 못내

일반 쓰레기도 함께 태워 더 위험…"계도만으론 부족, 지자체 나서야"


'해충 박멸' 핑계 옛말…고령화·인력부족으로 잡초 제거 엄두 못내
일반 쓰레기도 함께 태워 더 위험…"계도만으론 부족, 지자체 나서야"

(청주=연합뉴스) 공병설 김형우 기자 = 지난 1일 저녁 발생해 13시간여 만에 불길이 잡힌 충북 단양 소백산 화재로 3㏊의 산림이 불에 탔다.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밤을 꼬박 새운 진화대는 그나마 국립공원으로 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백산 화재 원인도 밭두렁 소각…효과 없다는데 왜 태우지? - 2

경관 빼어나기로 소문난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번졌다면 수백년의 세월을 두고 조성된 아름드리나무 숲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불은 마을 민가로도 번질 뻔해 일부 주민이 한밤에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자칫 인명 피해로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산불 진화를 위해 산림청 헬기 5대가 동원됐고, 소방차 6대가 출동했다. 공무원과 국립공원사무소 등 유관기관 인력 400여 명이 동원돼 밤을 새다시피 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립공원 사수대' 50여 명은 휴대용 등짐 펌프를 둘러메고 갈퀴와 삽으로 무장한 채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 험한 산길을 1시간 30분을 걸어 올라가 국립공원으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사력을 다해 막았다. 사수대는 악전고투 끝에 국립공원 500m 지점에서 가까스로 불길을 저지할 수 있었다.

산불로 3㏊의 산림을 잃게 된 것도 애석한 일이지만 더욱 씁쓸한 것은 단양 전역에 '비상'이 걸렸던 이 대형 산불의 원인 역시 밭두렁 소각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단양군은 이 산불 최초 발화지점으로 단양읍 천동리 산 7번지 천동동굴 부근 소백산 자락으로 보고 있다.

소백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없고, 발화 지점 부근에 작은 밭이 여러 개 있는 점으로 미뤄 밭두렁을 소각하다 산불로 번졌을 것이라는 게 단양군의 추정이다.

단양군의 짐작대로라면 밭두렁 소각이 소백산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낸 셈이다.

소백산 화재 원인도 밭두렁 소각…효과 없다는데 왜 태우지? - 3

논·밭두렁 소각은 농촌의 오랜 관습이었다. 해충 방제약이 변변치 않았던 1960~1970년대는 오히려 당국이 권장하기도 했다. 논·밭두렁에서 겨울을 난 애멸구나 끝동매미충을 박멸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종 개량을 거듭해 이런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거의 없게 됐다. 오히려 농사에 도움이 되는 거미 등 익충은 89%가 죽지만 해충은 겨우 11%만 소멸한다는 전북농업기술원 연구 결과도 있다.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농촌에서 논·밭두렁 소각과 이로 인한 산불 발생은 끊이지 않는다.

강원도에서는 2013년 23건, 2014년 32건, 2015년 45건으로 해가 갈수록 오히려 논·밭두렁 화재가 늘었다. 특히 3년간 발생한 논·밭두렁 화재의 41%가 날씨가 건조한 3월에 집중됐다. 바람이 불어 번지면 속수무책으로 산불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에서는 2013년 논·밭두렁 화재로 13명(사망 4명, 부상 9명)의 사상자가 난 것을 비롯해 해마다 10명가량이 부상한다.

충북에서도 해마다 10여 건의 밭두렁 화재가 발생한다. 연간 80여 건에 달하는 산불과 들불 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당수가 밭두렁 소각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소백산 화재가 난 지난 1일에도 청주시 흥덕구 동막동에서 밭두렁을 소각하던 70대 할머니가 불길이 산으로 번지자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가 화상을 입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산림당국은 농사에 도움은 안 되고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하는 논·밭두렁 소각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충북도는 한식(4일)과 청명(5일)을 앞두고 주말인 2일과 휴일인 3일 산불 감시를 위한 총동원령을 내렸다.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1만 4천여 명이 이틀 동안 11개 시·군 산불 취약지에 분산 배치돼 하는 주요 '임무'가 논·밭두렁을 태우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캠페인에도 농촌에서 산불로 번질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논·밭두렁 소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이 여전히 밭두렁의 해충 박멸 효과에 집착해서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년에 걸친 홍보와 계도로 농촌 노인들도 이미 그 정도는 안다. 원인은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농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논·밭두렁 잡초를 소각하지 않으면 모두 베어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 수확물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굳이 지대도 험한 논·밭두렁을 줄타기 하듯 오가며 잡초를 벨 이유가 없다.

밭두렁 소각이 더 위험한 것은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며 버릴 때가 된 옷가지, 가구까지 함께 태우기 때문이다. 인화성이 강해 불길도 세고,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다.

충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촌에서도 밭두렁 소각이 효과가 없다는 걸 다 알고 있다"며 "알면서도 (밭두렁을) 치울 여력이 안 되니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양의 한 이장은 "소각하지 말라고 계도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마을별로 논·밭두렁 잡초 제거단을 운영하는 등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도시에서 불법 광고물 수거하면 포상금 주듯 효과적인 산불 예방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ong@yna.co.kr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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