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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서 반입 '멸종위기' 코끼리 9마리 日 불법유출 의혹

송고시간2016-03-31 09:30

"'공연용' 코끼리, 상업거래 가능하게 '연구용' 바꿔 수출"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국내의 한 업체가 라오스로부터 멸종위기종인 코끼리 9마리를 공연용으로 빌려온 뒤 석연치 않은 '신분세탁'을 거쳐 일본에 연구용으로 용도를 바꿔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코끼리 수출의 필수 절차인 '공연용→연구용 용도변경' 신청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감독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은 아직까지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불법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상 1급 동물인 코끼리는 연구용으로만 거래가 허용되고 돈을 주고 빌리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동물원이 코끼리 1마리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그러나 이 업체는 무려 9마리나 한 번에 임차한 뒤 손쉽게 소유권까지 얻어 밀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멸종위기종 코끼리의 미심쩍은 '임대→영구기증'

A사는 멸종위기종 거래를 승인·감독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를 받아 2003년 2월 라오스로부터 공연용(Q) 목적으로 코끼리 10마리(이후 1마리 폐사)를 임대 형식으로 들여왔다.

A사는 1년 뒤 'A사가 임대한 코끼리를 영구 소유한다'는 내용의 라오스 수출업체의 기증서를 손에 넣어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개체당 평균 1억∼2억원인 코끼리 9마리를 임대 1년 만에 무상으로 영구 기증받은 과정이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A사는 기증서 제출로 코끼리 9마리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A사의 코끼리 수입 과정은 에버랜드나 대전동물원 등 국내 대형 동물원이 CITES의 엄격한 규제로 코끼리 1마리도 쉽게 들여오지 못하는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수년간 서울 어린이대공원과 광주 우치동물원 등에 코끼리를 임대하고 관람 쇼 사업을 한 A사는 2011년께 일본 동물원인 '후지 사파리파크'와 매매계약을 하고 코끼리 9마리를 20여억원에 팔아넘겼다.

임대→영구기증→매매로 이어진 A사의 수출입 과정은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내 전체 코끼리 수는 20여 마리에 불과하지만, A사는 한 번에 절반가량인 10마리를 임대받았다.

한 동물원 관계자는 "30년간 동물원에서 일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수의 코끼리를 들여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10마리나 국내로 들어왔지만 정작 라오스 관계기관은 코끼리가 A사에 임대, 영구기증된 사실을 몰랐다.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국내에 임차됐다가 난동 부린 라오스 코끼리

주한라오스대사관 관계자는 "제주도 점보빌리지에 라오스 코끼리 9마리가 한국에 임대된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은 몸속에 전자칩을 심어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코끼리들은 일본으로 수출되기 1주일 전에야 일본 동물원 관계자의 요구로 몸속에 전자칩이 심어졌다.

이런 정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A사의 밀거래 의혹을 제기한다.

심인섭 부산동물자유연대 사무처장은 "상업거래가 쉽지 않은 코끼리를 들여오려고 사전에 이면계약을 한 뒤 임대 후 각본대로 영구기증을 추진한 밀거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결국 코끼리를 매매할 수 있도록 신분을 세탁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부산의 동물원 시행사인 '더파크'가 "A사가 코끼리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손해를 봤고 코끼리의 일본 수출이 잘못됐다"며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더파크는 2010년 2월 A사와 16억2천만원에 코끼리 9마리 매매계약을 맺었다가 2차 중도금 지연을 이유로 A사가 계약파기를 통보하자 계약금·중도금 6억7천만원을 날렸다.

◇ 코끼리 불법거래 논란, 용도변경 신청 여부에 달려

A사가 일본에 코끼리를 수출하며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서류에는 코끼리 용도가 2003년 임대 당시 공연용(Q)이 아니라 과학연구용(S)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는 공연용이 아닌 학술연구목적으로만 상업거래가 가능한 CITES 규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수출을 허가해 준 한강유역환경청이 A사의 코끼리 용도변경 신청 서류의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수입 또는 반입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용도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공연용에서 연구용으로 사전 용도변경 없이 A사의 코끼리 매매가 이뤄졌다면 엄연한 멸종위기종의 불법거래이며, 이를 감독할 한강유역환경청은 A사가 제출한 관련서류의 면밀한 검증 없이 수출을 승인한 셈이 된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A사의 용도변경 신청 서류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신청을 안 한 건지 시간이 지나 서류를 못 찾는 건지 알 수 없다"며 "또 용도변경 서류가 코끼리 재수출 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아니어서 검증하기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심인섭 부산동물자유연대 사무처장은 "동물원에 전시될 코끼리를 공연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수출하는 것 자체가 편법"이라며 "일본 동물원 측도 매매가 까다로운 코끼리를 원산지가 아닌 한국으로부터 손쉽게 사려고 연구용으로 수입했을 가능성이크다"고 지적했다.

안동수 부산 동물원 '삼정더파크' 동물관리본부장은 "절차상의 문제를 떠나 국내에서 코끼리가 절실한 동물원이 많은데, 구하기 힘든 코끼리 9마리가 한꺼번에 일본으로 팔린 것은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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