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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소리도 들리는 '동굴 복싱경기' 선수도 관중도 '대만족'

송고시간2016-03-27 20:56

폐광 개발해 100만 명 이상 찾는 관광명소

최현미 "지금까지 다녀본 경기장 중 최고"

동굴 복싱
동굴 복싱

동굴 복싱

(광명=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리는 거에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페더급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한 최현미(26)가 이처럼 생생한 응원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최현미의 3차 방어전은 27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 특설 링에서 열렸다. 복싱 경기가 동굴 안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광명동굴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흉물 취급을 받던 폐광이었다. 양기대 광명시장이 2010년 7월 취임한 뒤 반대하는 시의회를 설득해 2011년 1월 시비 43억 원을 들여 구매하면서 재탄생했다.

젓갈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쓰이던 이 폐광은 이제 유료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광명시의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최현미의 경기는 이 광명동굴에서 성인 걸음으로 5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높이 30여 m에 이르는 고구마 형태의 동공(동굴 내 커다란 공간)에서 치러졌다.

"처음에는 동굴에서 경기한다기에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싶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너무 아기자기한 거에요. 또 실제로 경기를 해보니 응원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잘 들려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투지 넘치는 최현미
투지 넘치는 최현미

투지 넘치는 최현미

대부분의 복싱 시합은 소리가 밖으로 퍼져 나가는 체육관에서 치러진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동굴 안에서 경기가 펼쳐지니 소리가 되돌아왔다.

최현미는 특설링을 들썩들썩하게 하는 커다란 함성 속에 콜롬비아 출신의 다이아나 아얄라(26)를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지금까지 다녀봤던 경기장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며 "세계 최초로 동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도 동굴에서 펼쳐진 이색 경기 덕분에 색다른 체험을 했다.

선수의 거친 숨소리를 비롯해 펀치가 복부나 안면을 강타했을 때 나는 둔탁한 파열음, 링 코너의 작전 지시까지 마치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굴이라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현상이다. 최현미가 경기 후반 아얄라를 거치게 몰아붙이며 원투 펀치를 꽂아넣을 때는 관중의 함성이 끊이지 않고 메아리쳤다.

어두컴컴한 동굴의 특성 덕분에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덤이었다.

다만 공간이 협소한 탓에 선수와 관중의 동선이 겹쳐서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실내 공기가 차가운 편이라 담요를 지참한 관중도 눈에 띄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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