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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번역 데보라 스미스 "번역은 시와 같다"

연합뉴스 인터뷰…"세계적 수준 한국 작가 알려 뿌듯"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좋은 작품은 영어로 번역됐을 때도 훌륭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번역이 중요합니다. 제 번역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기쁩니다. 한국에 세계적 수준의 작가가 있다는 걸 알린 것도 뿌듯하네요."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의 작품들을 번역한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29)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미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를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게 한 주역이다. 그는 한국적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살려낸 영어 번역으로 작품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본인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후보에 한강과 함께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비(非) 영연방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된다. 그 만큼 번역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보에 올라 너무 기쁘다"며 "문학 번역에 들어가는 노력과 기술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번역가로서 저한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후보에 오른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많은 뛰어난 작품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미스는 이미 한국 문단과 번역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사다. 그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물론 안도현의 '연어'를 번역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년 번역 문학에 특화된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그가 한국어 번역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저는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좀 더 다양한 문학을 접하고 싶었죠. 또 21세가 될 때까지 모국어인 영어만 할 수 있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요. 당시 영국에서는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거의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을 노린 거죠. 그래도 한국어를 택한 건 미스터리이긴 해요. 저는 그전까지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는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채식주의자'에 매료된 스미스는 책의 앞부분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결국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는 책 출간 후 아는 출판사와 평론가, 독자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내 홍보했고, 책은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많은 한국 작품 가운데 한강의 소설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강 작품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한 가지를 꼽자면 한강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내요. 그건 아마 시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아직도 사람들은 한강이 지난 1월 출판기념회를 위해 영국에 방문했을 때를 이야기해요. 책은 런던의 가장 큰 서점에서 매진되기도 했죠. 모든 사람들이 한강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러나 한국에 살아본 적도 없는 영국인이 한국 소설을 완벽히 번역하기에는 고충이 없진 않았다. 그에게 번역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뭔지를 물었다. 그는 한강의 또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영문명 Human Acts)를 예로 들며 답을 이어갔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스미스의 번역으로 영국에서 최근 출간됐다.

"'소년이 온다'는 정치적인 상황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죠. 그러나 원작에선 직접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아요. 한국 독자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역사이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독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상황을 드러내 주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균형을 맞춰야 했거든요."

스미스는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며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번역자의 서문을 실었다. 이는 역자 각주로 처리하는 다른 번역서와 차별화하는 점이었고, 전후 맥락의 이해를 돕는 훌륭한 수단이 됐다.

그는 "번역을 하며 원작을 훼손하거나 역사책처럼 읽히는 것도 피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스미스를 설명하며 "작품에 헌신하는 아주 문학적인 번역가"라고 치켜세웠다. 번역가로서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번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적인 감수성이에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는냐'에 더 중점을 두죠. 그것이 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는 문맥에 맞는 두 음절의 형용사를 찾으려고 며칠간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다. 그만큼 번역은 리듬과 톤과 단어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섬세한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번역은 어떻게 보면 시를 쓰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외에 번역 출간됐던 한국 작품들이 한강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정답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듯싶었다.

"많은 이유가 있어요. 많은 이유는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귀결되죠. 과거에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대표하는 책으로 소개됐죠. 결국 문학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죠."

그러나 편집자나 독자는 한국보다는 개별 작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스미스의 주장이다. 그들에게 국적은 부수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일본을 알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없다"며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일본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대학출판사에서 출간되는 한국 책들은 상업적인 마인드로 무장된 출판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오는 6월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작년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번역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의 행사에서 한국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인맥을 쌓았다"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현재 또 다른 한국인 소설가 배수아의 작품들을 번역 중이라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번역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긴 답이 돌아왔다.

"번역 없는 제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최근 한 달 정도 번역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하고 싶어서 참지 못하겠네요. 한강의 최근작을 번역해 얼마 전에 초안을 보냈어요. 편집자가 아주 좋아하더군요.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 같아요."

'채식주의자' 번역 데보라 스미스 "번역은 시와 같다" - 2

viv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3/16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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