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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우려되는 소비 위축 추세

송고시간2016-02-26 16:26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은 '쥐꼬리'만큼 증가했으나 소비는 그만큼도 늘어나지 않아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천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1.2% 증가를 기록한 이래 가장 증가 폭이 작았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56만3천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역대 최저인 0.5%에 그쳤다. 처분이 가능한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가 늘어난 항목은 지난해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주류ㆍ담배(18.8%), 주거ㆍ수도ㆍ광열비(4.8%), 보건(3.6%) 등이었다. 반면에 의류ㆍ신발(-4.4%), 교통(-3.7%), 통신(-1.7%), 교육(-0.4%) 등의 소비는 줄어들었다. 간단히 말해 가격이 올랐거나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부분의 지출만 늘었을 뿐 '진정한 소비'는 뒷걸음질 쳤다고 할 수 있다. 소득보다 지출의 증가 폭이 작다 보니 가계 흑자율은 28.1%로 사상 최대치로 올랐으나 가계의 재정이 튼실해져 잠재적인 소비 여력이 확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 즉 부채가 1천207조 원으로 한 해 동안 121조7천억 원(11.2%)이나 늘었다. 가계부채가 많이 증가한 것은 최근의 부동산경기 활황에 따라 빚을 내 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들인 가계가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소비성향의 저하와 가계부채의 증가는 불길한 조합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거품이 낀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가계의 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이는 다시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것이 바로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로 촉발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 밟았던 경로다. 일본의 사례는 일단 한 나라의 경제가 이런 수렁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헤어나기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일본의 불황을 재촉한 것은 인구의 고령화와 은퇴를 앞둔 세대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소비 위축, 경제의 활력 상실 등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 경제주체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여력의 범위 안에서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일본의 전례에서 배울 수 있었다. 결국은 경제구조를 개혁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성장률을 높이는 정공법 이외에는 따로 비법이 없다. 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안정돼 자신감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활발히 소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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