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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 스님 "정확한 금석문 자료 필요…탁본은 기록이자 예술"

송고시간2016-02-26 14:30

"한국 사찰은 자연과 조화 이룬 입지가 특징, 세계유산 가치 충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직지사 주지이자 문화재위원인 흥선 스님은 비석이나 종에 새겨진 글자인 금석문을 종이에 떠내는 탁본 전문가다.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흥선 스님은 2013년에 금석문 예비조사를 한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탁본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 60점의 탁본을 남겼는데, 그중에는 국보인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26일 기자와 만난 흥선 스님은 "낭혜화상탑비는 신라 비석 중 가장 큰데, 비석이 클수록 탁본을 뜨기는 배로 힘들어진다"며 "종일 작업을 하다 보면 비석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흥선 스님 "정확한 금석문 자료 필요…탁본은 기록이자 예술" - 2

"전국에 금석문이 1만2천 점 정도 있어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금석문을 총망라해 집대성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여러 단체가 부분적으로 나눠서 했을 뿐이에요. 1차 사료인 금석문은 고고학, 미술사, 서예사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흥선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조선금석총람이 출간됐지만 한반도의 모든 금석문을 담지 못했고, 이후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금석문에 관심을 가진 시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탁본 작업의 의미를 귀중하고 예술성이 있는 자료인 금석문을 정확하게 기록해 후대에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선 스님은 "조선시대에는 사대부가 아닌 글을 잘 모르는 평민들이 탁본을 주로 해서 정성 들인 작품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면서 "오래된 탁본을 보면 대부분 거칠어서 썩 좋은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스님이 탁본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비석의 글자와 탁본의 글자가 다르면 오류가 끊임없이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흥선 스님은 "금석문은 당대 일급의 문인이 쓴 글을 최고의 장인이 새겨 만들어졌는데, 탁본을 형편없이 하면 글씨의 아름다움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감쇄시킨다"면서 "금석문의 가치와 예술성을 발현시키는 쪽으로 작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교 문화유산에 조예가 깊은 흥선 스님은 조계종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산사'에 대해 입지 자체가 특징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사찰을 보면 산 정상부에 많아요. 우리 사찰은 평지에서 조금 올라간 중간 지점에 있죠. 골짜기에 남향으로 세우는 거예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나름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죠."

우리나라 불교는 고려시대까지 다양한 종파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교종과 선종으로 통합됐다.

흥선 스님은 한국의 전통산사에 포함된 7개 사찰 건축에 종파적 특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속리산 법주사는 법상종의 특색을 간직하고 있는 절로, 미륵신앙이 강조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나라의 사찰은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으며, 지금도 스님들이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하는 절집이라는 점에서 뛰어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흥선 스님은 "스님들의 삶과 의식은 그 자체가 무형문화재적 요소이며, 각각의 사찰에는 그러한 요소가 곳곳에 배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에서 활동하는 흥선 스님은 지난해 논쟁이 다시 불거진 증도가자에 대해선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판명되면 세계사를 다시 써야 하므로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를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늦춰서도 안 된다"면서 "국제적 기준에 맞춰 잘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흥선 스님은 최근의 문화재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보존보다 활용에 무게중심이 쏠려 우려스럽다"며 "문화재 활용에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건축 특성상 거주하고 이용하면 보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문화재를 활용하려면 원칙과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해요. 자의적 판단이 들어간다거나 정해놓은 원칙이 흔들린다면 곤란해집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를 거쳐 정책을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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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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