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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순백의 세상' 인제 자작나무 숲

2012년 비밀의 숲 공개…시베리아 벌판에 온듯한 착각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신비…박인환 문학관 볼거리 풍성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자작자작! 자작자작'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제 자작나무가 순백의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골바람을 만나면 자작나무의 나지막한 속삭임은 절정에 달한다.

<길따라 멋따라> '순백의 세상' 인제 자작나무 숲 - 2

그 속삭임에 이끌려 숲 한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인제군 원대리 138만㏊의 국유림에는 41만 4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잔가지가 위로 죽죽 솟구치는 시베리아 계열로, 백두산에 많이 자생한다. 남한의 자작나무는 모두 인공조림이다.

자작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껍질에 기름이 많아 주로 땔감으로 쓰였다.

20m 이상 죽죽 뻗은 미끈한 줄기와 곱고 흰 나무껍질(樹皮) 덕에 '나무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어느덧 경칩을 앞둔 봄의 길목에 다다랐다. 자작나무 숲은 여전히 순백의 세상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는 자작나무의 상징어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눈 덮인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만나려면 지금 서둘러야 한다.

◇ 순백을 만나러 가는 길…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신비로움

자작나무 숲은 입구 초소에서 3.2㎞의 임도를 따라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다.

순백의 눈길은 하얀 구름 계단과 맞닿아 파란 하늘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하늘로 향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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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자로 이어진 고갯길을 몇 굽이나 넘어야 한다.

하지만, 곳곳에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을 감상하며 걸으면 절로 힘이 난다.

하늘과 맞닿은 눈길은 모든 상념을 잊게 한다. 설렘과 고요함, 자작나무의 속삭임만이 존재할 뿐이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질 만큼 이마에 땀방울이 흐를 즈음. 드디어 자작나무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순백 그 자체다. 겨울의 자작나무는 꽃과 잎이 없어도 화려하다.

자작나무의 새하얀 나무껍질은 겨울 산에서 쉬이 눈에 띈다.

백설기같은 흰 눈 위에 고고하게 서 있는 자작나무숲의 풍광은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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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이 찾아오면 자작나무 숲의 순백은 신비로운 푸른빛마저 감돈다.

자작나무의 자태는 겨울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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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색 옷을 갈아입는 봄과 여름이면 순백의 자작나무 수피는 더욱 도드라진다.

울긋불긋한 단풍 옷을 갈아입는 가을엔 하얀 자작나무의 속살은 한층 더 강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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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탐방로는 4개의 탐방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0.9㎞)에서는 순백의 자작나무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2코스(1.5㎞)는 '치유 코스'다.

3코스(1.1㎞)는 작은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탐험 코스'다.

원대봉 능선을 따라 천연림과 자작나무가 조화를 이룬 4코스(2.4㎞)는 '힐링 코스'로 조성됐다.

자작나무 숲 전망대 '하늘 만지기'에 오르면 하얀 자작나무 군락은 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마치 수를 놓은 것처럼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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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향하는 임도는 경사가 완만해 힘이 들지는 않지만,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매우 미끄럽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 동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수차례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작나무 숲 탄생의 비밀…박인환 문학관 등 볼거리 풍성

순백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탄생에는 비화가 있다.

원대리에는 소나무가 주종을 이뤘다. 그러나 1988년 솔잎혹파리가 소나무 숲을 초토화했다.

이듬해 산림청은 소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997년까지 7년간의 조림 끝에 지금의 자작나무 명품 숲이 탄생했다.

푸른 소나무 숲이 순백의 자작나무 숲으로 대체된 셈이다.

물론 원대리 일대 국유림에는 자작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밀의 화원처럼 베일에 가려 있던 자작나무 숲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12년이다.

그해 8월 인제국유림관리소는 자작나무 숲을 산림문화·휴양 공간으로 개방했다.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21만2천400여명이 다녀갔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자작나무 숲이 유명해지면서 순백의 수피에 낙서하거나 껍질을 벗기는 관람객이 간혹 있다.

지난해에만 48그루의 자작나무가 상처를 입었다. 최근에도 이 같은 행위는 여전한 듯하다.

일부 자작나무 중 흑갈색으로 변한 곳은 상처를 입어 인위적으로 수피를 벗겨 낸 자국이다.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이유다.

자작나무와 아쉬운 작별은 식도락으로 달랜다.

주변에 음식점이 많지는 않지만, 두메산골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막국수와 메밀전병에 옥수수 막걸리 한 잔이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어 절로 시 한 수를 읊조린다.

내친김에 한국모더니즘 시인 박인환(1926∼1956)을 기리는 문학관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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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일부)

박인환은 1926년 인제군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신문기자를 거쳐 시인이 된 그는 한국 모더니즘 운동의 모태 역할을 하다가 31세에 요절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중략) /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이라는 내용의 시 '세월이 가면'은 그가 동네 선술집에서 즉흥시로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 10월 5일 문을 연 '박인환문학관'은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산촌민속박물관 바로 옆에 있다.

겨울의 끝 자락에 당신을 기다리는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가 옛 시인의 감성에 젖어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오는 3월15일부터 5월15일까지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해 입산이 통제된다.

j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27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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