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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가 사라진 삶, 그래도 희망을 본다…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11년만에 장편 출간…'은어낚시통신' 등 펴낸 1990년대 대표작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공동체적 삶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소설 쓰는 동안 세월호 사건이 있어났죠. 기성세대로서 느끼는 자괴감과 책임감 그리고 작가로서의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더군요. 아…그 고통을 견디면서 써내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소설가 윤대녕(55)이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그의 장편은 2005년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이후 11년 만이다.

삶의 의미를 좇는 존재들의 구원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윤대녕은 1990년대 한국 문학의 새 흐름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해 '은어낚시통신',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달의 지평선' 등의 작품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피에로들의 집'은 그가 재작년 여름부터 1년간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글들을 모았다. 이야기는 실패한 연극배우이자 극작가인 김명우가 '마마'의 제안으로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입주하면서 시작된다. 김명우는 '아몬드나무 하우스'에서 가족의 해체 등으로 정체성이 훼손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유대를 통해 다시 삶의 기반을 회복해간다.

유대가 사라진 삶, 그래도 희망을 본다…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 2

윤대녕을 소설이 출간된 지난 24일 만났다. '11년 만의 장편소설'이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는 그에게 작품을 펴내게 된 계기를 우선 물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사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족관계로 대변된 타인과의 유대감이 급속도로 붕괴됐다"며 "그 유대감과 삶의 기반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수년째 해왔고, 그것이 숙제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몬드나무 하우스'라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정체성이 훼손된 사람들을 끌어모아 유대감을 회복하고, 타자와의 형평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세월호 사건은 이번 소설을 이끌어간 간접적 모티브가 됐다. 그가 계간지 연재를 시작할 즈음 사고가 발생했고, 윤대녕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세월호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작가로서 삶의 생태 복원을 지향했던 그에게 이와 같은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며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의 글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 같은 기성세대는 특히 그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없죠. 그래서 애초에 구상했던 대로 소설의 맥락을 구성하는 게 힘들었어요. 구체적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건의 영향은 작품 속에 베어 들어갔죠. 또 작품의 주제를 좀 더 구체화하는 작용을 했어요."

이번 소설에선 세월호 사건 외에도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언급된다. 김명우의 연인이었던 난희의 동료 배우 한보라가 성접대 등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장면은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는 "이번 소설은 전 소설들에 비해서 현실적 맥락의 이야기를 많이 첨가했다. 그런 면에서 리얼리티를 가진다"며 "그것이 제 소설의 변화이기도 하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자연 사건을 보고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받고, 분노했습니다. 젊은 목숨이 유서까지 남기고 자살했는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기성세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에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하지요."

윤대녕은 기성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소설 속 한 인물을 통해 제시한다. 바로 '마마'다

'마마'는 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대변하는 인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자신의 거처로 불러들여 토닥이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는 '마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유사 가족의 형태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마마'를 표현하는 데 정말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어요. '마마'는 기성세대가 겪어온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이죠. 그는 세상에 복수하고 싶어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점점 대모로 변신해가죠. 기성세대가 저지른 잘못들은 이젠 어쩔 수 없어요. 그러나 잘못을 공개하고, 다음 세대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다음 세대의 삶이 가능해져요."

유대가 사라진 삶, 그래도 희망을 본다…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 3

윤대녕 소설을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간결하고 시적인 문체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의 소설이 술술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런 문체 덕분이다.

그는 "문학적 수사를 가급적 피하는 등 문장의 군더더기를 많이 줄였다"며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읽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대녕은 출간을 앞두고 전체적으로 소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걱정도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걱정 탓에 최종 교정을 두 번이나 보며 작품을 다듬었다.

"그런데 소설보다 끔찍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잖아요. 유대가 상실된 존재들이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인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어차피 작가적 발언이 필요했다면 그냥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지 말자고 했습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올해 초까지 1년 동안 캐나다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윤대녕은 그곳에서 무언가로부터 도피한 것 같은 불편함을 내내 느꼈다고 했다. '자기 삶의 자리가 중요하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그는 소설이 마무리되는 배경인 부산의 부전역에도 최근 다녀왔다.

소설의 주인공 김명우는 '아몬드나무 하우스'에서 다른 인물들의 상처를 돌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다. 그러면서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기도 하다. 윤대녕의 향휴 계획은 소설 속 명우의 말로 대신해도 무방할 듯싶다.

"그와 동시에 김현주와 정민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내가 다시 아몬드나무 하우스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왔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거기엔 내가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244~245쪽)

유대가 사라진 삶, 그래도 희망을 본다…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 4

viv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25 11: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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