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1988년의 그곳으로 가는 열차… 주민 손으로 세운 '미니역'의 애틋한 사연

(봉화=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펄펄 내리는 눈은 심란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해준다.

연초부터 안팎으로 답답해진 현실에서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현실적인 곳으로 살짝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도 많을 터이다.

복잡한 현실로부터 숨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 2

강원도를 가운데 두고 태백산맥 이쪽은 영서요. 동쪽은 영동이다. 영동선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역할을 하는 철로다.

가난한 시절, 수많은 화물열차가 겨울을 따스하게 해 준 무연탄과 시멘트를 싣고 나른 곳이다.

이 노선은 거의 잊혔다가 최근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개통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3년 전 협곡열차 개통으로 경북 오지 봉화의 분천역이 떠들썩하게 변했다. 산타마을이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분천역에는 커피숍도 들어서고 꽤 들썩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천역 바로 다음 역인 양원은 가게 하나 없는 작은 오지 마을이다.

이 땅에 가장 작은 기차역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양원역이다.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 3

굳이 비싼 협곡열차를 탈 것 없이 영주에서 무궁화 완행을 타고 여러 역에 내려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다.

원래 이 동네는 역이 서지 않는 작은 오지 마을이었다. 단지 기차가 지나치기만 하는 작은 마을 사람들은 승부역이나 분천역을 이용해야만 했었다.

마을 사람들은 장을 본 보따리들을 차창 밖으로 던져놓고 수십 리를 돌아와야만 했다.

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굴을 통과하다 열차에 목숨을 잃은 마을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해로 나가 사는 윤모씨는 "그때 반장을 맡는 바람에 경찰과 시신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다"면서 "기차만 들어서지 않았다면 없었을 죽음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1988년 서울 쌍문동 친구들이 도시에서 우정을 쌓을 때, 봉화 양원마을 사람들은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 4

'우리 동네도 기차가 설 수 있게 해 달라'는 눈물겨운 탄원이 이곳저곳으로 보내졌다. 마을 주민들이 애틋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차역을 만들 테니 제발 기차를 정차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청와대에서 마침내 연락이 왔고,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양원역이 개통되기 이른다.

쉬운 일은 물론 아니었다. 믿을 것은 오로지 주민들의 손뿐이었다. 경운기를 가져올 방법이 없자, 주민들은 경운기를 분해한 뒤 무거운 부속품을 이고 지고 낙동강을 건너는 어려움도 겪었다.

눈 내리는 날 기차역인지 화장실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이나 작은 미니역을 들러보아도 좋고, 다리 건넛마을을 둘러봐도 좋다.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 5

오지 중의 오지지만 기차로 갈 수 있는 오지. 이 겨울이 가기 전 한번 꼭 찾아보도록 하자.

주민들의 염원으로 들어선 미니역을 본 뒤에는 동네를 둘러보며 산나물이나 몸에 좋다는 칡을 뿌리째 사와도 좋다. 동네에는 깊은 산 속 야생화에서 생산된 토종꿀을 파는 주민도 있다.

<주말 N 여행> 늦겨울 눈 내리면 영동선 열차에 몸을 싣고… - 6

주민들이 목숨을 잃은 그 터널 앞 산길은 이제 스위스 체르마트를 본떠 분천역과 양원역을 잇는 '체르마트길'로 변신했다.

낙동강 최상류의 투명한 물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노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

◇가는 방법

아직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서울에서 바로 가는 열차편은 적다.'O트레인'이 한차례 서울역에서 오전 8시 15분 출발한다. 나머지는 영주에서 갈아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영주에서는 하루 3편의 무궁화호를 비롯해 모두 5편의 열차가 운행된다. 분천이나 양원에서 영주로 나가는 차는 하루 4편이 운행된다.

◇숙박·식당

분천역에 민박집이 문을 열었다. 식당도 분천역 뿐이다. 기차가 들어왔을 때 양원역 앞에서는 포장마차가 잠시 문을 열기도 한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9 11:0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