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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디 말보다 무거운 또하나의 언어 '침묵'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침묵이란 '아무 말 없이 잠잠히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침묵은 강력한 언어기도 하다. 때로 '침묵시위'에서 보듯 굳게 다문 입은 백마디 말보다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

'침묵의 기술'(성귀수 옮김)은 18세기 프랑스의 세속사제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가 침묵에 관한 수사적 이론과 실제를 정리한 책이다.

비록 '말 없는 상태'를 일컫지만 침묵이라고 해서 다 같은 침묵이 아니다. 침묵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저자는 침묵을 10가지로 나눈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 신경질적 침묵이 그것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입을 닫는 것은 신중한 침묵"이며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감정은 숨긴 채 상대를 기만하거나 당혹스럽게 할 의향으로 입을 닫는 것은 교활한 침묵"이다. 또 침묵으로 아부도 할 수 있고 침묵으로 조롱도 가능하다. 침묵은 '말 없음'으로 말하는 의사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참된 침묵은 쉽지 않다. "제대로 침묵하기 위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혀를 잡아둘 때나 자유롭게 풀어줄 때를 정확히 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일반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는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침묵은 이따금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등 저자가 세운 침묵의 원칙은 처세술로서도 유용하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이 차고 넘치는 당대의 세상을 개탄한다. 극단으로 치우치기 쉬운 젊은이들, 고집스러운 편견에 사로잡힌 나이 든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침묵을 권한다.

또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권세가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자기 생각만 해서 말과 침묵을 다루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 특히 그대가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말과 침묵을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내적 수양이 아닌 사회와 타자를 위한 침묵을 강조했단 점에서 디누아르 신부의 '침묵의 기술'은 사회 윤리로 나아간다.

세속사제의 화장기 없는 문장이 단단하다. 온갖 독설과 교언이 난무하는 시대에 말의 무거움과 침묵의 가치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또 계몽주의가 싹 트던 18세기 후반 보수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문으로서도 흥미롭다.

아르테. 240쪽. 1만5천원.

백마디 말보다 무거운 또하나의 언어 '침묵' - 2

kih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9 11: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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